인기 여자 연예인 A씨 납치범은 처음부터 A씨를 노렸던 것일까. 납치범 김모(41·서울 강북구 미아동)씨의 범행 대상은 당초 A씨가 아닌, A씨의 BMW 승용차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BMW 승용차를 갖고 싶어 범행 했는데, 차 주인을 자세히 보니 여자 연예인이었다"고 말했다.지난 1일 밤 11시께 김씨는 서울 하얏트 호텔 주차장에서 훔칠 BMW 승용차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침 BMW 승용차 한대가 서있었고, 운전석에 여자 한명이 앉아 책자를 보고 있었다. 김씨는 즉시 이 여성을 협박, 뒷자리로 옮겨 타도록 한 뒤 승용차를 몰고 김포시, 남양주시 등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여자를 자세히 보니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을까. 기억을 더듬던 김씨는 무릎을 쳤다. TV에서 봤던 연예인 A씨였다. 순간 마음이 변했다. BMW 승용차만 훔치려던 계획을 바꿔 A씨를 이용해 한 몫 챙기고 싶었던 것이다.
김씨는 2일 새벽 A씨의 휴대폰으로 A씨의 남자친구인 연예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5,000만원을 요구, 같은 날 오전 장충단공원에서 돈을 받기로 했다. 김씨는 "돈을 주기로 했으니 풀어달라"는 A씨 요구에 '연예인인 만큼 돈을 안주면 언제든 다시 납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A씨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현금 160만원을 인출한 뒤 이날 새벽 A씨를 납치장소였던 호텔 주차장에 내려놓은 뒤 자신은 또다른 BMW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물론 김씨의 BMW 역시 훔친 승용차였다.
그러나 B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씨의 납치극은 종국으로 치달았다. 김씨는 약속시간에 맞춰 장충단공원으로 나갔지만 낌새가 이상했다. 현장에는 경찰이 잠복해 있었다. 김씨는 재빨리 BMW 승용차를 몰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을 속인데 대해 화가 났다. 김씨는 3일 경기 고양시 화정역 등 일산구 일대에서 공중전화를 이용, A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5,000만원을 달라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화 협박이 화근이었다. 경찰은 A씨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전화 발신지를 역추적, 김씨가 일산구에 있다는 사실을 포착, 이 일대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결국 김씨는 4일 밤 일산구 장항동 미관공원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편의점 폐쇄회로(CC) TV에 찍힌 김씨의 얼굴 사진을 들고 검문중이던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D자동차매매상사 등에서 BMW 승용차 3대(1억5,000여만원)를 훔친 사실이 밝혀졌다. 광적으로 BMW 승용차를 좋아했던 'BMW 광' 김씨의 연예인 A씨 납치극은 그렇게 끝이 났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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