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내수 위축으로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세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익집단과 정치권의 감세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원 확보와 병행해 추진키로 한 법인세 인하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 경기침체가 내년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조세감면 연장·특소세인하요구 봇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5일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올해 말 시한이 끝나는 25개 조세감면 항목을 3년간 연장하고, 저공해자동차에 대한 세액공제 등 6개 항목을 추가 감면해주는 방안을 재정경제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재계도 현재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프로젝션TV 등 첨단제품을 특소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내수진작 효과가 큰 승용차에 대해 한시적으로 1년간 기본세율의 30%를 내리는 동시에 에어컨도 20%에서 10%로 세율을 깎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농축수산물의 수입 급증과 농가부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과 생산자단체의 경영안정을 위해 올해 만기가 되는 조세특례 조항을 3∼5년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각종 조세감면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한데 이어, 민주당 한화갑 의원 등 33명도 4일 영농조합법인의 농업소득에 대한 법인세 면제 등 10여 개 조세특례 조항을 3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세수 부진으로 법인세인하 차질 우려
경기 침체로 올해 세수 전망이 좋지 않은데다 정부가 이미 기초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화물업계 경유보조금 지원, 근로소득공제 확대 등을 시행키로 함에 따라 내년 이후 재정여건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최근 심포지엄에서 "올해 국세수입은 당초 목표에 약 1조5,000억원 정도 미달하는 112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제여건 악화로 세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당초 편성된 예산규모 안에서 균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회계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4조1,7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정부는 내년부터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공제율을 5% 포인트 확대키로 해 8,000억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 화물연대 파업으로 사업용 화물차 34만대에 대해 경유 보조금을 100% 지급키로 함에 따라 연간 1,800억원의 추가 재원이 들어간다. 더욱이 버스·택시·레미콘 업계의 '동등대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연간 5,000억원의 세수 차질이 예상된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세수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감세요구가 쏟아져 곤혹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로 확보된 세원을 바탕으로 참여정부 5년간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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