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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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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입력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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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명렬 지음 동아시아 발행·9,000원육군본부 정훈감 출신의 예비역 준장이 군대 개혁을 강도높게 외치고 나섰다. 절대 복종과 군기 만능, 인명 경시, 간부 특권 위주의 권위적인 군대문화를 혁파해 인권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군대, 민족의 군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1987년 전역하기까지 30년을 군에서 보낸 표명렬(65)씨는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에서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하는 한편 군 개혁을 가로막는 수구적 냉전논리를 맹공하고 있다. '군대 조직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군대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근본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강조한다. 지휘체계 밖에서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리는 기무사의 개혁, 군 간부 인사평가제도 개선, 병영 민주화 등 군 내부를 겨냥한 주장 외에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과 안보를 대립시키는 경직된 이분법 탈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장도 들어있다.

"국가의 안보는 곧 국민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진정한 의미의 안보역량을 좀먹는 것입니다. 통일 무드의 상승으로 국민들이 안보 불감증에 걸렸다는 주장도 옳지 않습니다. 안보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인데, 안보의식 운운하며 냉전적 사고를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이적행위 아닙니까."

그는 해방 이후 친일세력이 군을 장악하고 군사독재를 거친 불행한 역사가 국군의 정통성을 훼손했다며 우리군대의 역사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한다.

"국군의 뿌리는 광복군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육사에서는 국군의 효시를 1946년 미 군정이 설치한 남조선국방경비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는 친일파들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지요. 권위주의적 군대문화의 병폐도 일제 군국주의의 유산이지요.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 중 양민 학살과 5·16 군사 쿠데타, 12·12 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군 관련 역사적 사건의 진상 규명도 꼭 필요합니다. 그것이 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그는 스페인의 경험을 들어 군대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페인은 프랑코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룩했을 당시, 맨 먼저 군 개혁부터 착수했습니다. 군대문화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민주적 정치문화를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저더러 '미친 놈' '군대 망칠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충고도 들었지요. 그러나 꿈은 이뤄집니다."

월남전 참전 당시 목도한 국군의 실상에 충격을 받아 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그는, 현역 시절 '군·관·민'으로 쓰던 용어를 '민·관·군'으로 바꾸고 여군 정훈장교를 도입하는 등 개혁적 조치를 취했으며,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자비한 진압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좌천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기업체 교육의 인기 강사로 전국을 누비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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