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를 통해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를 적극 감싸고 나서자 여권 내에서는 DJ 정부 때의 '옷로비 사건'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의혹해소의 노력보다는 언론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나 사건 와중에 권력 내부의 갈등설이 부각되는 등의 상황 전개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5일 이씨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언론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통령 주변을 공격, 대통령을 굴복시켜려 한다"고 언론을 비난했다.
또 지난 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의혹이 확실하지 않은데도 새카맣게 신문에 발라서 마치 대통령 측근에게 큰일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4년 전인 1999년 6월1일 김대중 대통령은 러시아와 몽골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옷로비 사건과 관련, "잘못이 없는데도 (언론이)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김태정 당시 법무장관을 옹호했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 땅과 이씨의 용인 땅 문제가 관련자들의 해명이 엇갈리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듯, 옷로비 사건도 김 전 법무장관과 그의 부인 등 관련자들의 거짓말이 작은 사건을 키운 것이었다.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도 4년 전의 DJ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옷로비 사건에 대한 의혹제기를 '반(反)개혁세력의 저항' 또는 '야당과 언론의 발목잡기'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혔듯 이번 사건을 야당과 언론의 대통령 흠집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옷로비 사건 때 동교동계가 당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론을 거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의 측근 내부에서 문재인 민정수석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권력 내부 갈등설이 나오는 상황까지 닮았다.
여권 관계자는 "DJ정권의 내리막 길은 옷로비 사건에서 시작됐다"면서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과 대결적 상황인식으로 인해 이번 사건이 옷로비 사건의 전철을 밟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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