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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86 세대, 그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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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86 세대, 그 빛과 그늘

입력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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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엮음 문학사상사 발행·9,500원최루탄과 데모, 시험 거부, 대자보…. 80대 학번이 기억하는 대학 풍경은 주로 그런 것들이다. 시대는 암울했고 투쟁은 치열했다. 대학의 낭만은 사치처럼 여겨졌고, 대학생들은 지식인의 사명과 시대에 대한 부채감으로 괴로워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엮은 '386세대, 그 빛과 그늘'은 1980년대 서울대 학생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모자이크다. 당시 한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입학 후의 가치관 변화를 중심으로 써낸 보고서 중에서 시대 상황과 청년기의 특성이 잘 드러난 34편을 골라 묶었다. 386세대의 고뇌와 갈등, 희망을 전하는 육성 보고서이다.

"지금껏 당연히 수행했던 의무가, 존중해 마지않았던 국가의 권위와 사회질서가 그렇게 아무런 회의 없이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87학번 김명희·의사)

"정의구현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교도소에 갇힌 내 모습과 5대 독자를 감옥에 보내고 애통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며 한숨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고, 또 어느 때는 데모하는 학생들을 독선적이라고 냉소하기도 했다." (84학번 박경로·대학 전임강사)

"나의 뚜렷하지 못한 원칙과 불이익이 너무도 확실한 상황에 고민하면서 이 시대의 청년 학생임을 수없이 원망했다."(86학번 김민철·신문기자)

책 말미에는 필자 중 10명이 책 출간을 앞두고 나눈 좌담이 실려있다. 참가자들은 이 책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자신들이 추구했던 이상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 되기를 희망했다. 또 반미나 노동문제 등 당시 학생운동의 이슈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지적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예전처럼 모든 걸 다 바칠 수는 없지만" 개혁과 진보에 대한 믿음은 결코 버릴 수 없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대학 시절 사회정의와 민주화 등 거대담론에 치여 실존적 자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 하기도 하고, 가장 푸르러야 할 청년기에 가장 우울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386세대의 피해의식이 자칫 우리 사회에 부정적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을 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386세대는 사회 부조리나 권력의 비민주성 등에 관해 아직도 강한 도전의지를 공유하고 있으나, 고민의 내용이나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서는 과거 대학시절보다 훨씬 유연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386 세대는 민주화에 대한 헌신, 탈인습적 가치관의 획득, 지식정보화의 선두주자 등의 성격 상 21세기를 이끌어갈 우리 사회의 핵심적 에너지"라고 평가하면서 "이 책이 사회적 소통의 촉매제가 돼 386세대의 진솔한 면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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