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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안 차량추돌 화재 참사 빚을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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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안 차량추돌 화재 참사 빚을뻔

입력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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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터널에서 차량 추돌로 화재 사고가 발생,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다행히 사고 차량 승객들의 신속한 구조와 대피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고 당시 터널내 유독가스와 매연을 배출시켜야 할 환기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사고발생

6일 오전 9시9분께 서울 종로구 홍지동 내부순환로 성산대교 방향 홍지문터널 800m 지점에서 2차로를 달리던 삼양중앙교회 소속 25인승 콤비 미니버스가 앞서가던 테라칸 승용차를 추돌했다. 버스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진 뒤 승용차를 20여m 가량 밀고가다 멈춰섰다. 버스 운전사 오모(66)씨는 "주행중 갑자기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9시17분께 버스에 화재가 발생, 승용차로 옮겨붙으면서 터널 내부는 매연과 유독가스로 가득찼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박모(60·여)씨 등 1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버스에 탔던 신도, 승용차 운전자 김모(33)씨 등 2명,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 등 44명이 타박상을 입거나 유독가스로 인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고대안암병원 등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신도들은 이날 야외예배를 보러 가던 길이었다.

대피소동

화재로 터널 내부가 유독가스와 매연으로 가득차자 가까스로 버스에서 탈출한 신도들과 버스 후속 차량 운전자들이 터널 내에 차량을 세워둔 채 터널을 빠져 나오느라 큰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이 옷가지와 손수건 등으로 입을 막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려다 세워놓은 승용차에 부딪쳐 넘어지고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최종학(45·경기 부천시 소사구)씨는 "숨쉬기가 힘들어 몸을 숙이고 거의 기다시피 해 터널을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사고로 성산대교 방향 3차선 도로가 2시간 이상 전면 통제돼 일대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

환기설비 미작동

화재 발생 직후 터널 인근 홍제동에 있는 변전소에 설치된 전력 차단기가 오작동해 터널 내부 조명등이 모두 꺼지는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조명등은 비상발전기가 작동하면서 바로 복구됐지만 터널 내부의 연기와 유독가스 등을 외부로 배출하는 환기팬 4개 등 환기설비는 20여분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비상발전기는 전력용량이 적어 비상사태 발생시 환기설비를 작동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터널내 대형 화재 사고에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기설비는 현장에 소방차가 출동, 화재를 진압한 뒤인 오전 9시36분께 관리소 직원들이 차단기 작동을 중단시킨 뒤에야 가동됐다. 1999년 완공된 홍지문 터널은 서울에서 가장 긴 쌍굴터널(길이 1,890m, 편도 3차로)로, 환기설비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서울시는 밝혔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참사 막은 김근수씨

홍지문터널 차량 추돌 및 화재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를 구출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천 무의도로 야외예배를 보러 가기 위해 교회 신도들과 함께 미니버스에 타고 있었던 김근수(61·자영업·사진)씨. 사고 당시 김씨는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으나 차가운 기름방울이 얼굴에 떨어지면서 바로 의식을 되찾았다. 주위에는 신도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신고를 하려 했지만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깨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뒤 김씨는 신도 10여명을 밖으로 탈출시켰다. 승용차를 타고 미니버스를 뒤따르던 같은 교회 신도 이길우(67) 조승택(57)씨와 후속 차량 운전자 1, 2명도 거들었다. 부상자들을 모두 구출했을 때쯤 갑자기 버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사고 직전 차창 밖으로 보였던 소화전을 떠올린 김씨는 소화전쪽으로 달려가 소방호스를 꺼내온 뒤 버스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정신없이 물을 뿌리는데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정전이 됐다"며 "그때서야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자동차 불빛을 따라 있는 힘을 다해 터널을 빠져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그때서야 어깨를 다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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