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노인치히 지음·장혜경 옮김 개마고원 발행 1만2,000원천재는 너무 특별해서 자주 외딴 섬이 되어버리는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천재와 천재가 두 개의 불꽃처럼 맞부딪쳐 서로의 영감을 자극하고 걸작 탄생의 씨앗이 된 경우도 많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쉴러가 그랬다. 창작의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들은 우정으로 서로를 구해냈다. 영국 여성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걸작 '올랜도'는 그가 동성 연인이자 재능 있는 작가였던 빅타 색빌웨스트를 모델로 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담아 완성한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의 재능에 대한 질투나 철학적 충돌 끝에 우정이 환멸로 변한 예도 적지 않다. 철학자 니체는 36세 연상의 작곡가 바그너를 숭배했지만, 바그너가 추진하던 바이로이트 음악제에 환멸을 느낀 뒤 등을 돌렸다.
독일 저술가 한스 노인치히가 쓴 '천재, 천재를 만나다'는 천재들의 우정과 열정에 대한 작은 전기다. 지은이는 천재의 신화가 널리 유포되기 시작한 18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구 문화예술사에 등장하는 시인·소설가·화가·작곡가·철학자 등 여러 천재들의 교유를 간결하고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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