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은 취임 이후 지난 달까지 정치 및 언론 분야의 정보 활동을 비노출·간접 접촉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하고 조직개편을 거의 마무리지었다. 국정원은 최근 대공정책실 산하의 시사(정치)·경제·사회·언론단이 분야별로 정보를 수집해 오던 관행을 전면폐지하고 대정실을 분석 기능의 정보판단실과 수집 기능의 정보협력단 체제로 바꿨다. 협력단에는 지역 정보를 수집하는 지역담당제를 도입, 지역 담당이 언론과 정치 정보도 수집토록 했다. 또 기존의 대정실 산하 경제단을 1차장 산하 국익전략실로 옮겨 해외경제와 국내경제, 동북아 중심국가 프로젝트를 맡는 3개단으로 구성, 해외·경제 정보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그러나 언론과 정치 정보의 수집이 지역담당제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락관 운용이나 활동 방식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사와 정당 출입만 자제될 뿐 내부 관계자와의 대면 및 전화 접촉은 여전하고 수집하는 정보 내용도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개편되었지만 정보활동의 관행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또 정보협력단에 각 부처나 법원 검찰 경찰 등을 담당하는 기능은 부서 명칭만 숫자화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등 부처·기관 출입의 관행도 종전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경우 구 단위로 담당 직원이 정해지고 이들에게 언론사나 정당을 소재 지역에 상관없이 맡겨 옛날처럼 정보 수집을 하도록 했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어느 지역 담당'이라는 식으로 소개토록 해 '겉포장'만 바꾼 셈이다.
실제 조직개편 이후 국정원 직원 M씨는 거의 매일 민주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의 공식행사는 물론, 대표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씨는 이에 대해 "지역에서 지구당 관련 현안이 있을 경우 당 관계자에게 물어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M씨가 자신을 '국정원 연락관'이라고 소개한 뒤 '동대문 지역과 민주당을 함께 맡는다'고 했다"면서 "당 대표 일정 등을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 내에서도 비노출·간접 접촉 활동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직원 대부분이 인맥 학맥 지연 등에 의존해 정보를 수집해왔다"면서 "이제와서 신분을 숨긴 채 정보 활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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