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5년 동안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최루탄의 재사용 검토 방침을 밝혀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중생 범대위 시위 등 대규모 집회·시위 및 노동계의 파업 움직임을 앞두고 나온 이 같은 방침은 평화시위 정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최기문 경찰청장은 5일 "앞으로 시위가 지나치게 폭력성을 띨 경우 최루탄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며 "폭력시위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그동안 중단했던 최루탄 발사 훈련도 다시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스차와 최루탄 발사기 등 진압 장비의 정비와 발사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라는 '최루탄 실사훈련 실시계획'을 지난달 말 전국 지방경찰청에 내려보냈다. 최루탄은 1998년 9월3일 근로자들이 파업·농성중이던 만도기계에 경찰이 진입할 당시 마지막으로 사용된 뒤 이듬해 국민의 정부의 '무(無) 최루탄 원칙'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사용이 중단돼 왔으며, 발사훈련조차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루탄 발사훈련을 재개하는 이유로 가스장비 및 최루탄 발사기 운용 경험자가 없어 돌발 상황에 대처할 대비체계의 미흡 장비의 노후화 가속 등을 들었다. 경찰은 매달 한 차례 훈련용 최루탄 발사훈련을 실시키로 하고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 동안 1차 일제 훈련을 마쳤다.
이에 대해 시민·노동단체 등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 청장의 발언은 군사독재 정권으로 회귀하겠다는 정신나간 행동이나 마찬가지"라며 "노무현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찰총수를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한총련 우대식(25) 대변인도 "군부독재 시절의 산물인 최루탄을 다시 사용하겠다는 방침은 참여정부가 대화가 아닌 힘으로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은 한총련 5·18 기념식 시위나 화물연대 파업 등 최근 불법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와 추진 배경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대변인은 "화물연대 파업 때 최루탄을 쏘고 강제로 시위를 진압했으면 문제가 쉽게 풀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방침이 나온 것 같다"며 "최루탄을 사용했다면 오히려 파국을 가져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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