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리언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용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7,000 명 가운데 1,000명 가량을 남기고 나머지는 오산, 평택 등으로 이동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설왕설래하던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당초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안보불안 요소인 휴전선 인근 700 여문의 북한 장거리포를 북쪽으로 후퇴시키는 것이었다. 북한이 한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 이면에는 서울까지 다다를 수 있는 장거리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자국민과 해외주둔 미군들의 신변안전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국가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비춰보면 북한의 장거리포는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존재일 수 있다. 사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북한의 핵 문제를 해소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재래식 무기, 즉 장거리포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상황이 급박해졌다. 미 정부가 장거리포는 손도 못댄 채 북한 핵문제 해법을 찾는 데만 골몰한 게 최근까지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라포트 사령관은 정치, 경제의 중심지인 서울을 방어하는 작전 구도로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함과 동시에 군사전략도 개선할 것이라 밝혔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장거리포 공격을 대비하는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나 핵 개발을 시인하면서 벼랑 끝 외교로 한국과 미국을 우롱하고 있는 북한은 앞으로 핵 문제가 깔끔히 해결된다 하더라도 계속해 장거리포 문제로 주한미군과 한국 국민들을 인질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 동안 용산기지 이전 문제로 주한미군과 서울시민과의 갈등이 없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용산기지 내 미군의 후방배치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한미군의 주둔편의 뿐만 아니라 자주국방을 위해서도 나쁠 게 없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서울 도심에 주둔한 미군이 전쟁억지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믿고 있는 만큼,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포괄적이고도 종합적인 수도방위의 청사진을 새로 마련한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과의 군사동맹 하에서 상당히 안정된 안보혜택을 누려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전면적인 보호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자주적인 국방태세가 언젠가는 마련해야 할 과제라고 한다면 차제에 첨단전력을 앞세운 군사혁신을 시행해야 할 때가 온 셈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손바닥 들여보듯이 하는 정교한 국방체계 없이는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생생하게 목도했다. 사전에 첩보위성을 통한 정보수집 없이는 올바른 군사전략을 확립할 수 없다는 현실도 직시하게 되었다. 국가안보를 우리 힘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각오와 관심도 커지는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 미국의 요구와 상관없이 현재 GDP 대비 2% 대인 국방비를 3% 대로 늘릴 필요가 있다. 군 역시 내부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경비는 줄이고 군살을 빼야 할 곳은 없는지 자체 점검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아파치 헬기 등 첨단 화력을 앞세운 선제공격용 무기체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미군과의 관계에 있어 독자적인 정보획득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정보망 구축은 더욱 시급하다. 이런 차원에서 조기경보기와 첩보위성 등도 구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첨단 무기를 언제든지 독자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방위산업도 충실히 육성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우리의 안보자세를 가다듬고 자주국방력을 제고하는 긍정적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 경 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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