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검찰이 5개월 뒤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피의자 검거 당시 촬영한 녹화테이프를 방송사에 제공하는 바람에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한국에서 무역업을 하는 나이지리아인 오빈나(32·남) 씨는 4월 "마약운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검찰이 긴급체포 할 때 촬영한 화면과 마약운반책이라는 혐의를 언론사에 공표, 피해를 봤다"며 국가와 3개 방송사들을 상대로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오빈나씨의 법정 대리인인 권성희 변호사는 "방송 화면에 이름이 나오진 않았으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오빈나씨를 알아볼 정도였다"며 "검찰이 재판 결과를 확인만 했어도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3월 국제마약사범 공조 활동 내용 등을 발표하면서 방송사측에 제공한 비디오 자료 화면에는 오빈나씨와 다른 동료가 여관에서 긴급체포 당할 당시의 모습이 담겨있고, 방송사들은 오빈나씨를 마약 운반자로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인천지법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빈나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오비아말루(여) 씨의 마약 운반 혐의는 인정되지만 오빈나씨는 제3자의 소개로 우연히 오비아말루씨를 만나 여관비를 대신 지불하고 마약이 든 사실도 모른 채 가방을 옮겨주다 긴급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던 것. 서울고법도 지난달 13일 1심 선고를 그대로 인정,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오빈나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 확인을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방송사에서 추가 자료를 요청해 협조하는 과정에서 확인이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