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도 생겼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고시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시각장애인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 주변을 놀라게 했던 김용광(41·법학1)씨는 5일 법대 안경환 학장등 법대교수들이 모금운동을 벌여 선물한 고가의 문자확대독서기를 받아 들고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다. 1984년 망막색소변성과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김씨는 돋보기를 이용해도 책을 읽기가 버거운 3급 시각장애인.
김씨가 받은 시각장애인용 문자확대독서기(CCPD)는 받침대 위에 책을 올려 놓으면 광학장치를 통해 모니터에 글씨가 확대 표시되는 스크린리더 장치로 깨알같은 육법전서를 공부해야 하는 김씨에게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고학생인 김씨에게 5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수입품인 이 독서기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나 다름없었다.
김씨는 입학 전 가졌던 법대 학장단과의 면담에서 동료 학생들이 1시간 공부해야 할 분량을 돋보기를 써가며 4∼5시간씩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을 설명했고 안 학장은 외부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사정을 알리는 등 모금운동을 펼쳐 외부인사 5명의 도움으로 전자 독서기 구입 비용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김씨와 함께 올해 법대에 입학한 1급 지체장애인인 손위용(50)씨도 학기초 안 학장의 모금운동으로 전동휠체어를 선물받은 바 있다.
안 학장은 "장애인 학생이 등장함으로써 정상 학생들은 공동체의 삶과 사회의 척도를 배울 수 있는 값비싼 교육기회를 갖게 됐다"며 "부대비용의 지출이 아닌 당연한 교육 원가의 증대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지만 아직 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않아 일단 교수들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면학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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