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다니는 빌딩의 엘리베이터는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탑승하면 좀 신경질적으로 '삐이익' 소리를 낸다. 점심 시간에 층마다 승객을 더하며 아래로 내려가노라면 먼저 탄 사람들은 과연 언제 그 소리가 울릴까, 약간은 짓궂은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마침내 문제의 벨이 울리면 올라 탄 사람들은 다양한 행동을 보인다. "거, 옆으로 좀 퍼져서 무게를 분산합시다"고 외치는 사람, "엘리베이터가 왜 이래?" 하고 따지는 사람, 황급히 내려서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사람 등등. 문제는 같이 탄 일행 중 한 명이 걸린 경우다. 의리 있게 함께 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다음 차'를 타고 내려오라며 '희생자'를 남기고 먼저 가는 사람도 있다. 이런 복잡한 정치적 결정들이 내려지는 동안 먼저 탄 승객들은 애써 굳은 얼굴로 하루의 활력소인 그 소동을 지켜보다가 문이 닫히는 순간 참았던 웃음을 슬며시 짓는다. 그럴 때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빌딩 이용자를 무작위로 뽑아 무게를 재는, 거인의 저울로 기능한다. 엘리베이터는 어쩌다 모인 다중의 무게를 재고 그 합계를 말해주는 유일한 대형 저울인 것이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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