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현대에 대한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 및 대북 비밀송금은 당시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정권 핵심부 인사들과 국정원, 현대 고위 관계자들의 공모에 의해 실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5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崔奎伯)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장관,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등 국민의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관련기사 A4면
공소장에 따르면 김 사장과 최 전 실장은 박 전 장관, 임 전 원장,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과 공모, 정부의 승인 없이 2000년 5월 북측과 철도 통신 등의 개발 운영권 취득에 합의하고 같은 해 6월9일부터 12일까지 북한측 계좌로 총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한 혐의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박 전 장관이 당시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산업은행 대출 및 대북 송금에 도움을 주는 등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이와 함께 김윤규 사장과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은 2000년 6월 정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지시로 김보현(金保鉉)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을 통해 국정원에 대북송금 편의제공을 요청했으며, 임 전 원장과 최 전 실장이 실행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또 대북송금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례금 성격과 현대의 대북사업 추진금 성격이 함께 포함됐다고 잠정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대북송금 성격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피함에 따라 특검 수사 이후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金宗勳) 특검보는 이날 "대북 송금은 정상회담과 현대의 경협사업 추진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위해 '패키지'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두 목적 중 어느 것이 더 비중 있게 작용했는지 계량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임 전 원장이 2000년 6월3일 평양을 방문, 북측과 회담일정 변경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하고 '송금 지연과 회담 일정 연기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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