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5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출범 100일을 맞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특히 민주당 신주류 의원까지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100일 밖에 안 된 정부가 100일 남은 정부로 착각이 들 정도인데 대통령은 절제되지 않은 즉흥적 발언을 쏟아내고 정부는 언론 탓만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상희 의원도 "대통령은 아직 정력적인 아마추어이며 2종 소형면허로 1종 대형버스 운전을 하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민주당 신주류 핵심인 이강래 의원은 "청와대가 국정혼란의 주범"이라고 규정했다. 이 의원은 "권위주의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권위까지 버린 것은 아이를 목욕시킨 후 물과 함께 아이까지 버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병이 장교가 된 후에도 졸병 티를 벗지 못한 것처럼 비주류 의식으로 코드를 강조하다 보니 국정운영의 폐쇄성과 아마추어리즘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도파인 이희규 의원은 "우리 나라가 떼를 지어 떼만 쓰면 통하는 '떼∼한민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일부 국무위원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 건 총리는 "법적 합리적 리더십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점을 시인한 뒤 "국정현안조정회의를 가동,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드는 제한적 범위의 사람끼리 통하는 암호 같은 것으로, 나는 이 개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보다 공개적으로 노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 2월 국회 대정부질문 원고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지칭, 물의를 빚었던 민주당 송석찬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또 다시 같은 발언을 했다. 송 의원은 "세계평화의 수호자로 가면을 쓴 악의화신에 의해 인류문화의 발상지가 최첨단 무기로 파괴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악의화신'은 부시 대통령을 가리킨 것이다. 이에 박관용 국회의장은 "새 국회법에선 속기록 삭제가 불가능하니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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