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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김동식씨 "雜多"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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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김동식씨 "雜多"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 펴내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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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동식(36)씨의 이메일 아이디는 '땡빵(tympan)'이다. 프랑스어로 '고막'을 뜻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신체의 내부에 속할 수도 있고 외부에 속할 수도 있는 경계선상에 위치했다"고 부른 기관이다. '땡빵'이라는 이름은 문학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그의 비평 작업과 닿아 있다. 김동식씨가 두 권의 책 '雜多: 잡다'(이마고 발행)와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문학동네 발행)를 펴냈다. 3일 만난 그는 '잡다'를 "문화와 관련된 글을 모은 것"라고, '소설에…'를 "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두 권 모두 엄밀하게 말해 문학의 '안쪽'에서 쓴 글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를 두고 그는 "일반 독자,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주간한국' 연재물을 모은 '잡다'는 김씨가 '잡은' 다양한 문화 현상이다. 영화 '죽어도 좋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TV 드라마 '야인시대'와 가수 박지윤의 노래 '할 줄 알어?' 등 우리 시대의 '잡다'한 문화적 표정과 목소리를 나름대로의 눈길로 포착한 것이다. 그 방식은 물론 '문학적'이다. 그는 "문학 작품을 읽듯이 세상을 읽은 것"이라면서 "내게는 문학 작품도, 문화 현상도, 세상도, 모두 읽혀지고 해석될 수 있는 텍스트"라고 밝힌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한 대목인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에서 386세대의 황량한, 여전히 채워나가야 할 무엇이 남아있는 내면풍경을 읽는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그의 눈에 우리 시대 '계몽주의의 공언'의 상징이다. 선생과 학생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 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 문학이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없는 시대. 이 시대의 '문화 읽기'에 대해 그는 "문화비평가가 아니라 문학비평가의 이름으로 쓰여진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 현상을 해석하는 바탕이 된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같은 이론과 학문은 오로지 문학 작품을 풍요롭게 읽기 위해서 공부했던 것이다. 평론가로서 문화적으로 보수화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새로운 젊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문화적 아이콘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 우리 시대의 문화를 향유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잡다'에 대해 김씨는 "문화를 비평한다기보다 기록한다고, 비평가가 아니라 '서기'라는 생각을 갖고 글을 썼다"고 말한다.

'소설에…'는 좀더 문학적이다. 원고지 10장 분량의 소설 단평을 모은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 황석영의 이름을 모를 수도 있는 독자를 위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그 짧은 분량의 절반 정도를 작품 줄거리를 소개하는 데 들였다. 내용이 길지 않은 데다 문장이 쉽고 편안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은 비평가의 바람에서 나온 글쓰기 방식이다. 그래도 그는 "문학은 게토화하는 게 현실이다. 문학평론가인 내가 대중과 소통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털어놓는다. 다만 소통하려는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사는 세상에 문학이 있음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생각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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