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고건 총리를 '질타했다'는 표현을 쓰고, 총리실 관계자들은 이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문 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가진 참여정부 출범 100일 기념 다과회에서 "'청와대가 부처 조정기능을 다 포기했는데 총리실에서 왜 안 하고 있느냐. 총리실에서 나서서 하라'고 고 총리를 많이 질타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 총리 주재로 4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가 정식으로 열리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실장은 보통 아랫사람 또는 적대적인 관계의 사람에게나 쓰는 '질타'라는 말 때문에 파장이 일자 대변인실을 통해 "총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부탁, 당부했다는 뜻"이라고 서둘러 해명하면서 언론의 협조를 신신당부했다. "업무 협의과정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을 좀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실수라면 실수"라는 얘기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고 총리와 총리실 고위 관계자들은 일단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고 총리는 비서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문 실장이 그런 말을 했겠느냐"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그러나 총리실 직원 들은 "경솔한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청와대는 곧 권부라는 낡은 인식이 무심결에 튀어 나온 것 아니냐"는 등의 못마땅한 반응이 흘러 나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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