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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토끼 당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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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토끼 당번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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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 글·이은화 그림 대교출판 발행·7,800원요즘은 애완동물 키우는 게 무척 흔한 일이다. 가지각색의 TV 프로그램이 개나 고양이는 말할 것 없고 햄스터나 심지어 뱀 악어까지 한번쯤 키워 봤으면 하는 마음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히 아이들도 집에서 동물 키우는 데 익숙해 있다. 그래서 겪는 일도 여러가지다. 새끼일 때 귀여웠던 동물이 크면서 싫어지는 경험, 애완동물이 집을 나가거나 죽어서 겪는 상실의 아픔, 동물 키우기를 두고 부모와 벌이는 갈등….

중견 동화작가 이상교씨가 쓴 '토끼 당번'은 이런 어린이들의 고민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은 6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동화집이다. 첫 이야기인 표제작 '토끼 당번'에는 시골서 서울로 전학 와 얼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가 학교의 토끼를 돌보고 싶어 사육장 근처를 맴도는 이야기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의 따뜻한 마음씨가 담겨 있다.

전학 온 종혁이의 유일한 친구는 토끼. 하지만 "누가 토끼 당번할까?"하고 선생님이 물었을 때 수줍음 많은 종혁이는 손을 들지 못했다.

종혁이는 토끼 당번인 친구들의 눈을 피해 토끼 사육장 근처를 맴돌며 당번이 먹이도 잘 주지 않고 사육장을 깨끗이 치우지도 않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결국 당번인 세영이에게 들키고, 종혁이의 마음을 알아 차린 세영에게서 당번을 넘겨받는다.

얻어 온 강아지가 아파서 죽는 과정을 그린 '우재와 달음이'에는 사촌 사이의 형제애, 결손 가정의 어린이가 겪는 마음 고생 등이 담겨 있다. 작은 집 사촌동생 우재는 친구에게서 얻었다며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온다.

우재는 부모가 이혼한 뒤 양육권을 가진 아버지가 몸이 아파 요양원에 들어가는 바람에 큰집에 얹혀 산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우재가 집에 잠시 살러 왔을 때 눈치만 보던 모습 같아 불쌍하게 느낀다. 하지만 강아지는 집에 온 다음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한다. 강아지를 보느라 밤늦게까지 깨어있던 우재와 나는 그러던 중 어색함이 깨지고 형제애가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는 이야기이다.

이밖에도 '돌아온 사랑앵무' '병아리 올림'에는 동물에 싫증난 어린이의 마음이, '달려라 쳇바퀴'에는 도망가 버린 다람쥐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일어나, 킹콩'은 귀찮게만 여겨지던 햄스터가 죽은 줄 알았을 때 가지게 된 아이의 마음을 잘 그렸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던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의식하든 못하든 그것이 생명체인 줄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동물을 키우면서 단순히 즐겁고 재미난 일만 있는 게 아니라 관계 짓기, 보살피기 등 그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는지를 동화집은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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