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소규모 신문·방송사들을 인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3일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전날 언론사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6개 TV 방송국과 12개 신문사, 1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갖고 있는 트리뷴사는 FCC의 완화 조치가 나오자 일부 매체에 대한 전략적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수석 로비스트 숀 시헌 부사장은 "우리는 (중소 신문·방송사들을) 조금 먹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거대 미디어 기업들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19개 신문사와 8개의 TV 방송사, 2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한 뉴욕 타임스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캐더린 매티스는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 스왑(기업 교환) 거래를 통해 우리의 지분을 확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최근 "위성방송인 디렉TV 말고는 어떤 인수에도 흥미가 없다"고 말했으나 업계에서는 그가 보다 많은 이윤창출을 위해 복수의 방송국 소유를 시도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중소 규모의 신문·방송사들은 FCC의 조치가 자신들에게 잠재적인 횡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구매자들이 많아져 회사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 방송사들의 경쟁력이 더욱 감소될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업계에서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에 이르는 인수합병들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변화는 5∼10년에 걸쳐 완곡하고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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