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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책권" 문화부-방송委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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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책권" 문화부-방송委 충돌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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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책 결정권을 둘러싼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노성대 방송위원장은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화부가 공공연히 주장해 온 '방송정책권 정부 환수' 문제에 언급, "방송위를 방송정책 총괄기구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문화부는 이날 방송영상에 관한 다양한 지원책을 담은 '방송영상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방송법 등에 산재한 관련 조항을 모은 방송영상산업 진흥에 관한 독립 법 제정, 전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물로 편성하는 외주전문채널 설립, 지상파 방송사 총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외주 제작물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작비 쿼터제'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문화부의 방송 정책 개입 의도를 의심해 온 방송위로서는 펄쩍 뛸 내용들이다.

문화부는 또 방송위가 관리하는 방송발전기금의 활용을 문제 삼았다. 유진용 문화산업국장은 "방송발전기금이 1년에 1,000억원에 이르지만 영상 콘텐츠 개발 등에는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면서 기금 운용 문제에 개입할 뜻을 밝히고 그런 개입이 '각성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문화부 장관은 이 같은 정책이 방송위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책 영역을 필요 이상으로 구별하지 말아 달라"며 "이견이 있으면 협의해서 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국장은 "방송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우리가 나선 것"이라며 "방송위가 정상화, 제대로 일을 하면 손을 뗄 용의가 있다"고 '방송위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했다.

반면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방송 정책권 정부 환수 운운은 월권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이날 문화부 발표를 "정부조직법상 영상산업이 문화부 소관이라는 것을 빌미로 방송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효성 부위원장도 "장관이 바뀌면 크게 한 건 터뜨리는 정부 부처의 고질적 관행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 위원장은 "방송위가 방송 정책과 행정의 주무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에 영상산업 정책을 문화부와 '합의'하도록 단서조항을 단 것이 문제"라며 "방송정책 결정권을 방송위로 일원화하기 위해 방송법을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관련 법제 정비를 포함한 방송법 개정을 올 정기국회에서 추진키로 하고 방송위원 3명과 외부전문가 2명이 참여하는 '법안검토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방송위와 문화부는 올 초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이 국회에서 '방송정책권 정부 환수'에 언급한 것을 두고 한차례 설전을 벌였고, 최근에도 문화부가 추진하는 지상파 외주전문 채널 신설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마찰이 끊이지 않는 것은 2000년 통합 방송법 제정 당시 각계의 이해 대립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송위가 방송정책 총괄 기구지만 방송영상 정책은 문화부와 합의한다는 식으로 어정쩡하게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방송 학자들은 "현행 방송법은 이밖에도 상호 모순되거나 비현실적인 조항이 적지 않다"며 "관련 기관간의 끊임없는 갈등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하루 속히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방송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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