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과 왕비 등의 신주(神主)를 모신 종묘에서 여성 해방을 상징하는 행위예술을 기획했다가 조선왕조 후손들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여류 미술가들이 배상을 받게 됐다.서울지법 민사항소3부(조용구 부장판사)는 4일 곽모씨 등 8명의 여류 미술가들이 "행위예술 '아방궁'(아름답고 방자한 자궁) 공연을 막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작품들의 표현이나 내용이 우리 사회의 이성적 상식에 반할 정도로 음란하다거나 타인의 명예 또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페미니스트 미술그룹 '입김' 소속 미술가들인 곽씨 등은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한 '2000, 새로운 예술의 해' 미술사업 부문에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가 당선되자 2000년 9월29일부터 3일간 종묘공원에서 여성의 몸 등을 형상화한 상징물을 설치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정통가족수호 범국민연합' 회원 100여명이 종묘공원내 행사장을 사전 점거하고 설치된 미술 작품을 떼어내는 등 행사를 막자 소송을 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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