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9단' 이승엽(27·삼성)이 대구 하늘에 3차례나 아치를 수놓으며 시즌 최다홈런기록(54개) 경신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이승엽은 4일 대구에서 벌어진 2003시즌 프로야구 기아와의 더블헤더 1차전서 1회 2사후 상대투수 최상덕의 가운데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우측 펜스를 넘긴 데 이어 8회 무사에서도 진필중의 바깥쪽 낮은 직구(구속148㎞)를 밀어쳐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더블헤더 2차전서도 0―2로 뒤지던 5회말 낮게 깔리는 기아 고우석의 직구를 끌어당겨 우측 담장을 뛰어넘는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올렸다.전날에도 3점포를 폭발한 이승엽은 시즌 23,24,25호 홈런을 한꺼번에 몰아치며 홈런더비 2위인 현대 심정수(19개)를 6개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달 15개의 홈런을 쏟아내며 월간 최다기록과 타이를 이뤘던 이승엽의 홈런 질주는 무더위가 시작된 6월에 더욱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4일까지 팀의 48경기에 모두 출장한 이승엽은 1경기당 0.52개 꼴로 아치를 그려 이같은 페이스라면 시즌 133경기에서 70개 가까이(69.27개) 날릴 수 있다는 계산까지 가능하다. 99년 자신이 세운 54홈런 돌파는 물론 2001년 일본프로야구 긴테쓰의 외국인타자 터피 로즈 등이 기록한 아시아 최고기록(55홈런)도 얼마든지 뛰어넘을 기세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5타점을 보태면서 시즌 56타점 고지에 오른 이승엽은 자신이 지난해 세운 126타점 기록도 1년 만에 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볼배합을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한 타자"라는 SK 조범현 감독의 극찬대로 이승엽은 이날 직구, 슬라이더, 높은 공, 낮은 공 등 구질과 코스를 가리지 않고 좌우 담장으로 넘겨버리는 자유자재의 부챗살타법을 선보였다.
이승엽의 홈런 2방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1차전에서 기아에 3―4 역전패를 당했고 기아는 지긋지긋했던 7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그러나 2차전에서 이승엽과 진갑용의 홈런포를 내세워 8―4로 역전승했다.
잠실에서는 염종석의 무실점 역투와 용병 페레즈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롯데가 LG에 2―0으로 승리했다. 대전에서 한화는 SK에 5―7로 패색이 짙던 9회말 동점을 만든뒤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8―7,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수원에서 현대는 두산에 6―7로 뒤지던 연장11회 강병식의 끝내기 우전안타로 8―7로 역전승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