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학 철 분당 서울대병원 내과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당뇨병의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보다 당뇨병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여러 임상연구가 시도됐다.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활습관의 변화 및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비만한 사람,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이전의 혈당검사에서 이상이 있던 사람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체중조절
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제2형 당뇨병의 발생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체중이 상위 10%인 군에서의 당뇨병 발생률은 체중이 하위 10%인 군에 비해 58배나 높고, 비만한 간호사 중 체중이 5∼20㎏ 줄었을 때 당뇨병의 발생은 30% 줄었다.
체중과 별개로 복부 비만도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어 당뇨병의 위험요소로 밝혀져 있다. 허리둘레가 남자는 90㎝, 여자는 80㎝가 넘으면 복부 비만을 의심해야 한다.
운동과 식이요법
근육은 인슐린이 작용하는 주된 장소로 운동은 인슐린의 기능을 좋게 만든다. 즉 운동은 체중 조절과 별개로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켜 제2형 당뇨병의 예방 효과가 있다. 중증도 이상의 운동은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30∼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핀란드, 미국 등의 당뇨병 예방연구에서 식이요법과 중증도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체중이 5∼7% 감소했고, 내당능 장애인 사람에서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40∼50% 줄어들었다.
핀란드와 미국의 사례
특히 핀란드 당뇨병 예방 연구는 내당능 장애인 사람에게 5% 이상의 체중 감소 지방 섭취량은 전체 섭취 열량의 30% 이내 포화 지방 섭취량은 전체 섭취 열량의 10% 이내 섬유소 섭취량 15g/1,000㎉ 이상 중등도 유산소 운동 하루 30분 등 5개의 목표를 설정, 이 목표에 도달한 수가 많을수록 당뇨병의 발생이 감소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4개 이상의 목표를 실행한 사람에게는 제2형 당뇨병이 아예 발생하지 않아, 생활습관의 변경이 당뇨병 예방에 매우 효과적임을 증명하였다.(그래픽 참조)
미국 당뇨병 예방연구에서도 체중의 7% 감소, 주당 150분 중등도의 운동을 실천하였을 때 당뇨병이 50% 이상 감소함을 증명하여,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로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당뇨병 위험군
이러한 예방법이 가장 시급한 사람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내당능 장애' 또는 '공복혈당 장애'를 가진 이들이다. 당뇨병은 아니지만 정상 혈당보다는 높은 상태로 우리나라에서 내당능 장애는 성인의 9%, 공복혈당 장애는 11%로 조사됐다. 또 국내 당뇨병 연구에 의하면 내당능 장애가 있는 사람 중 매년 7%가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당뇨병 위험이 높은 사람은 규칙적인 식습관, 특히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야채의 섭취는 늘리는 식습관를 실천해야 하며, 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체중을 조절하고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떤 약보다 중요하다.
조 영 민 서울대병원 내과
당뇨병 발병은 자동차 보유 대수와 나란히 증가한다. 그만큼 당뇨병과 운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운동을 않고 앉아서 일하는 것을 일부 학자는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외국에서는 좌식생활-사망 증후군(sedentary death syndrome)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러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운동은 혈당,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감소시키고 심폐 기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삶의 활력소가 된다. 단 당뇨병 환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몸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기 쉬워 환자 자신도 모르게 심혈관 질환이 발생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이 발병한 지 오래 됐거나, 35세 이상이면서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 당뇨병성 합병증이 이미 발생한 사람, 동맥경화증 발생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경우 반드시 담당의사와 상의하고 필요시 심장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어떤 종류의 운동이 좋을까? 가장 널리 추천되고 있는 것은 유산소 운동으로서 신체의 여러 근육 부위가 장기간 쉬지 않고 리듬있게 움직이는 운동을 말한다. 조깅,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이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포함한 근력 강화 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부상이나 심혈관질환의 악화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어도 1주일에 4∼5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번 운동할 때 30∼40분간 하고 준비 운동 및 마무리 운동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운동의 강도는 심장박동수를 재 보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데, 대개 최대 심장박동수의 약 60∼80% 사이에 도달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최대 심장 박동수는 220에서 현재 나이를 빼면 된다. 즉 50세인 경우 운동 후 1분간 심장박동을 세어 최대 심장박동수(170)의 60∼80%인 100∼130 정도가 적당하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최대 심장 박동수의 40∼50%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것이 번거롭다면 '등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권유한다.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환자는 특히 운동시 저혈당에 주의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식후 1∼3시간에 운동할 것을 추천하며 공복 운동은 저혈당 위험이 높아지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운동을 할 때는 저혈당에 대비해서 즉시 섭취할 수 있는 당분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운동 전후 혈당을 체크해 보면 운동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고 심한 고혈당 및 저혈당으로 인한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 제1형 당뇨병(인슐린의존성 당뇨병)의 경우 운동과 관련하여 고려할 점이 보다 복잡하므로 전문가와 충분한 상의를 해야 한다.
10년된 환자 30%가 만성 합병증 시달려
당뇨병 환자의 만성 합병증은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구별한다. 망막증, 신증, 신경병증과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은 정상 혈당을 유지하면 예방이 가능하나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궤양과 같은 대혈관 합병증은 고혈압, 고지혈증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중요하다. 만성 합병증의 60∼70%는 대혈관 합병증이다.
일반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받은 지 10년이 경과하면 약 30%에서 만성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발병은 환자마다 다른데 혈당이 얼마나 높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유전적으로 합병증을 빨리 진행시키는 요인이 있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혈관 합병증 중 당뇨병발(足)은 가장 흔하고 절단을 할 수도 있는 치명적 질환 중 하나이다. 당뇨병 환자는 혈액 순환 장애와 말초신경 손상이 잘 생기고 균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발에 상처가 생겨도 한참 지난 뒤 발견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는 몇가지 수칙이 있다. 매일 미지근한 물에 발을 씻고 마른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를 잘 닦아 말린다. 주의 깊게 발을 관찰한다. 베이비오일이나 영양크림으로 발을 마사지해 피부가 갈라지지 않도록 한다. 발의 감각 저하로 화상의 우려가 있으므로 히터나 난로, 전기담요, 더운 물주머니, 부황 등을 대지 않도록 한다. 맨발로 다니지 말고 면양말을 신는다. 발톱은 넉넉하게 한일자로 깎는다. 편안하고 잘 맞는 신을 고르고, 신발을 신기 전 한 번 이상 털어 준다. 티눈이나 굳은살이 심할 경우 혼자 자르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조그만 상처라도 즉시 소독하고 의사에게 보인다. 담배를 끊고 다리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선 정기 검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외래를 방문할 때마다 혈당, 혈압 및 체중을 측정하며 2∼3개월마다 당화 혈색소 검사를 받는다. 매년 간기능 검사, 혈중 지질 검사, 안과 검진, 신장기능 검사, 심전도 및 흉부X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은 정기 진료의 목적은 합병증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진행을 억제하는 데에 있다.
/정진희·분당서울대병원 당뇨병교육실 간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