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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뿔뿔이 흩어진 세자녀찾기 "007"의 애끊는 父情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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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뿔뿔이 흩어진 세자녀찾기 "007"의 애끊는 父情연기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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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007'의 피어스 브로스넌 맞아?애끓는 부정(父情)의 영화 '에블린'은 첩보물 '007' 시리즈에서 5대 제임스 본드를 맡았던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작품. 피어스 브로스넌은 액션 배우로서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텁텁하고 수수한 서민풍 아버지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1953년 아일랜드 더블린이 무대. 노래를 잘 부르는 낭만적 기질의 아버지 데스먼드 도일(피어스 브로스넌)은 술을 즐기고 본업인 장식 일이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괜찮은 아버지다. 좁고 허름한 집이지만 3남매에 대한 사랑도 끔찍하고, 바이올린을 켜는 아버지와 짝을 이뤄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선 정감이 뚝뚝 묻어난다.

그러나 성탄절에 아내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뒤 도일과 에블린 3남매에겐 먹구름이 드리운다.

아일랜드 정부는 도일이 자녀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3남매를 카톨릭 계통의 기숙학교로 뿔뿔이 흩어놓는다. 'IMF 위기' 당시 타의에 의한 이산 가족이 양산된 한국사회 분위기와 다를 바 없다.

일곱 살 짜리 딸 에블린을 만나기 위해 기숙학교 담을 넘으려 하는가 하면, 기부금 모금에 나선 신부에게 '아이를 돌려 달라'며 주먹질로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자녀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술집 주인에게 답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도일의 투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손찌검을 함부로 해대는 수녀에게 '자비로운 주님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또박또박 대드는 에블린(소피 바바세유)도 아버지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마차와 2층 버스가 거리를 함께 누비는 유서 깊은 도시 더블린의 정경, 고해성사를 비롯해 모든 게 교회와 연결돼 있는 일상, 독특한 법관들의 의상과 흑맥주로 하루의 고단함을 잊는 서민들의 모습 등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아일랜드 사회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를 연출한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 작품. 'Evelyn'. 20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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