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문학은 적인가. '문학의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만화책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면서 되짚게 되는 물음이다. 과거 시, 소설 등 문학 서적이 차지했던 자리를 만화책이 점령해 버린 최근의 현상은 만화가 문학의 대체재(代替材)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젊은 독자층이 문학책보다 만화책을 더 많이 찾는다는 지적은 1990년대 이후 계속돼 온 것이지만 요즘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문학과 만화책 출판 경향을 비교한 월간 '문학사상' 6월호의 분석은 양자간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출판시장에서 만화와 문학은 상반된 길을 걸었다. 문학서적은 93년 1,374만부가 발행됐으나 10년이 지난 2002년에는 1,278만부가 발행돼 6.9% 줄었다. 반면 만화책은 93년 720만부에서 2002년 3,594만부로 399%나 증가했다. 문학이 급성장한 만화에 발목을 잡혀버린 것일까.
지난해 출판시장 판도에서도 만화가 우세를 보였다. 문학서적은 전체 출판물 발행부수의 10.8%를 차지했고, 발행종수는 14%, 시장 규모로는 전체의 8%를 차지했다. 반면 만화책은 전체 발행부수의 30.5%, 종수는 25%, 시장 규모로는 9.2%였다.
젊은층이 문학책 대신 만화책을 찾는 것은 어릴 때부터 영상 매체에 길들여져 성장했고, 문자보다는 그림이라는 도구가 독해에 쉽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신승철 문학사상 편집부장은 "올 봄 만화책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한 현상은 의외였다"면서 "아무래도 젊은층이 편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의 세력 판도 변화에는 사회 분위기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만화시장이 가장 급성장한 것은 경제 위기가 절정이었던 98년∼2000년이었으며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 2001, 2002년에는 만화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했다.
사회 변화가 심하면 만화를, 사회가 안정되면 문학을 찾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만화와 문학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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