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는 이른바'파이낸스'업태가 다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허황된 사업아이템과 배당조건을 내걸고 있는데도 부동산 억제조치 등의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대거 몰려들어, 자칫 제2의 파이낸스 사태마저 우려된다.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1999년 부산지역 경제를 뒤흔들었던 파이낸스 사태 이후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규제로 자취를 감추는가 싶던 사이비 투자업체(파이낸스)들이 최근 전국적으로 다시 성업중이다. 이 가운데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를 갖춘 일부 대형업체들은 이미 많게는 수천억원 대에 이르는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의 묻지마 투자열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회사이름에 '파이낸스'라는 용어만 안 썼을 뿐 대부분 과거 파이낸스 업체들처럼 상법상 정식회사로 등록한 뒤 제도권 금융기관보다 월등히 높은 확정금리나 배당금 지급을 내세워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에는 이 같은 유사수신 행위에 대한 제보가 하루에도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영상광고업체로 등록한 인천의 P사는 전국의 은행이나 관공서, 병원 등에 대형 벽걸이용(PDP) TV를 설치한 뒤 광고수익을 배분하겠다며 일반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1,000만원(1구좌)을 투자하면 매월 100만원씩 3년간 확정수익을 지급하는 조건. 사실상 연 120%에 달하는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수백명의 큰손 투자자들을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의 D사는 파라핀(양초의 일종)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일본과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며 100만원(1구좌) 투자시 4일 간격으로 12만원씩 10회(40일간 120만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회사를 최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사법당국에 통보했으나 정확한 피해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
물품판매 등을 가장한 다단계식 자금모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문판매업종으로 등록해놓고 본업(물품판매)보다는 주로 전주(錢主) 모집에만 열을 올리는 업체들로, 최근의 제보건수 중 20∼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 화장품 및 주방용품 방문판매업체인 H사는 "구좌당 310만원을 투자하면 총 10회에 걸쳐 490만원을 지급한다"며 회원모집을 하는 것으로 신고됐고, 건강보조식품 다단계업체인 E사는 "409만원을 투자하면 47일 만에 675만원을 지급한다"며 자기회사 주식 매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비금융회사의 이 같은 자금모집 행위는 엄연한 위법이지만 대규모 피해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수면 아래 잠복하는 것이 생리다. 더구나 유사수신 행위로 적발된 업체라도 투자자들이 고수익보장 약정 등 구체적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처벌근거도 미약해, 법망을 교묘히 피한 신종 파이낸스 영업행위가 갈수록 활개를 칠 조짐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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