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13일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참여하는 여중생 추모대회를 준비 중인 사회단체와 학생운동진영이 추모주간을 선포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섬에 따라 정부는 여중생 추모 분위기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이후 고조된 대미 굴욕외교 논란이 재연되고 전국민적인 반미(反美) 감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여중생 추모주간 선포 '6.13 효순 미선 1주기 추모대회 국민 준비위원회'는 3일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여중생 추모주간 선포식을 가졌다. 준비위는 "살인 미군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아직 눈을 감지 못한 여중생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한미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이날부터 13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2일 현재 7만 6,000여명인 추모대회 준비위원을 1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6일 경기 의정부시 미 2사단 앞에서 인간띠 잇기 대회를 갖고, 12일에는 경기 양주군 효촌리 여중생 사망 현장에서 촛불행진도 벌인다. 준비위는 또 13일 오후 5시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여중생 추모대회를 가수 신해철 안치환 등의 공연과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탑 제막식, 추모문학상 수상식 등으로 채울 예정이다.
우려하는 정부, 평화 다짐하는 준비위 정부는 여중생 추모 분위기가 대학생 등의 통일운동 열기와 맞물려 대규모 반미 시위가 폭발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모 기간 내내 미군 기지, 미국 외교공관 앞 등지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어 걱정"이라며 "추모대회가 끝나고 시위대가 미대사관 앞으로 진출하는 것은 강력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과격한 반미시위는 노 대통령 방미를 통해 쌓아올린 한미 우호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것"이라며 "여중생 사망 이후 우리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SOFA 개정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준비위는 정부의 걱정이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여중생 범대위 채희병 사무국장은 "촛불시위나 시청 앞 대규모 반전집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미 자주외교에 대한 목소리는 높이되 차분한 추모 분위기 속에서 평화롭게 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단체에서 촛불시위 후 미대사관 앞 인간띠 잇기를 계획하고 있지만 준비위 차원에서는 논의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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