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위원장 마이클 파월)가 2일 승인한 언론사 소유 규제 완화는 미국의 미디어 판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정안은 35%인 TV 시청률 점유 상한을 45%로 끌어 올리고 동일 시장에서 기업이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소유할 수 없는 규정을 삭제했으며 한 기업이 2개 이상의 TV 방송국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완화했다.FCC의 이 같은 결정은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금지해 왔던 신문과 방송의 상호 겸업을 28년 만에 허용하는 등 미국 언론 환경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규정완화 배경
FCC가 규정을 개정하게 된 것은 지난해 미국 고등법원의 판결이 단초가 됐다. 법원은 CBS 등 방송사들이 시청률 점유 35% 상한규정 철폐를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규정이 너무 광범위하다"며 FCC에 재검토를 명령했다. 법원은 동일 시장에서 2개의 TV 방송국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다시 검토하라고 판결했다.
뉴미디어가 출현하는 등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도 FCC 개정의 배경이 됐다. 파월 위원장은 "새 규정들은 인터넷, 케이블 텔레비전과의 경쟁에 직면한 방송산업에 관한 우려와 대중의 이익을 조화시키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존의) 모든 규정을 수술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곧 사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확산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 많은 시민 단체와 소비자, 지식인들은 소수에 의한 언론독점 등을 우려하며 FCC의 규정완화를 맹비판하고 있다. FCC를 감독하는 상원 상업위원회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위원장은 "의회가 이 문제에 분명히 관여할 것이다.일부 법안이 이미 상정됐고 필요하면 그것은 통과될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미 여성단체(NOW) 등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민권단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TV와 신문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데 이 둘을 합병하는 것은 감시 견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FCC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위원들은 "이 개정은 소수의 손에 미디어 소유를 집중시켜 관점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지방뉴스의 보도를 억누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무튼 FCC의 결정에 따라 향후 미국에서는 언론 매체의 합병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신문사와 방송사간의 인수합병과 대형 방송사들의 지방 방송사 인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영향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의 사업허가권 결정을 앞둔 한국에도 FCC의 결정이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DMB의 출범으로 늘어나는 3∼6개 채널을 둘러싸고 지상파 방송의 독점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며, 언론 재벌의 방송 참여 논란도 내연하고 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