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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부시 선거자금 모금 美 사상 최고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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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부시 선거자금 모금 美 사상 최고치 도전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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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판에 금권정치(Plutocracy)의 경고등이 켜졌다. 2004년 대선 운동에 돌입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진영이 사상 최다액의 기부금 모금을 선언하면서 '가진 자들만의 미국' 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없었더라도 부시 대통령은 선거자금 모금에 가장 능란하고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공화당 정치인으로 미 정치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자들이 대통령을 선택하고 부자들과 이들의 기업이 미국을 지배하는 미국 정치의 모습이 2004년 대선에서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솟는 대선 자금

부시는 선거자금 모금 기록에서 지금까지의 최고액을 갈아치우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개인 기부자에게서만 1억 100만달러(1,210억원) 이상을 모으고 선거비용으로만 총 1억 9,300만 달러(2,300억원)를 쓴 부시는 2004년에는 개인들에게서 2억 달러(2,400억원)를 모으고 총 2억 5,000만 달러(3,000억원)를 쓸 작정이다. 물론 역대 최고치이다.

미 유권자 연맹의 존 보니파즈는 "65%의 지지율에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있는 부시에 대한 부자들의 기부는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며 "부시가 이번에도 정치자금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 자금은 부시의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 대선에서의 민주 공화 양당 후보들의 선거비용은 고작 9,200만 달러 였고 그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했는데 부시가 출마한 2000년에는 3억 5,100만 달러로 치솟았다. 2004년 대선에서는 4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면서 상승률은 더욱 가파르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빌 클린턴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백악관의 링컨 베드룸까지 후원자에게 개방하는 뛰어난 수완을 보였지만 부시는 거기에 자금 모금의 효율성까지 겸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자금에 대한 부시의 입장은 그의 측근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을 통해 잘 드러난다. 2000년 부시 진영의 대선 자금조달을 지휘했던 로브는 미 공화당 정치가 마크 한나의 말을 인용,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돈이고, 두번째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능청을 떨었다.

공화당 지배 시대?

부시는 가슴 졸이게 했던 2000년 대선의 박빙 승부를 이번에는 재연하지 않겠다는 것 말고도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해냈듯이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 지배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공화당 당직자들은 부시를 1890년 이후 한 세대동안 공화당 시대를 연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에 비유한다. 이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정치자금 규제 강화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국적 기업과 군수업체들이 지원하는 공화당의 정치자금을 꾸준히 늘이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화당 출신 현직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가 맞붙을 경우 유독 크게 벌어졌던 선거 자금 격차는 2004년 절정에 다다를 듯 하다.

부시를 통해 미국의 돈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공화당이 장기 집권하는 시나리오가 회자되는 상황은 현재의 신보수주의적 정치 조류와 맞닿아 있다. 부시가 꺼리는 경제 문제 대신 테러 등 국제정치 문제가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다면 미국의 단극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부시의 재선 전략과 공화당 지배 움직임은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정치자금 모금 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존 에드워즈 상원 의원이 고작 740만 달러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2000년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유력 주자 조지프 리버맨 의원 마저도 3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에드워즈 의원의 경우 지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측은 "선거자금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언제 앞선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자금 모금실적과 본선 경쟁력은 무관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돈 모아오면 자리준다"

"돈 있는 곳에 부시가 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엄청난 선거자금 동원력을 비꼰 말이다.

'파이오니어'(Pioneers·개척자들)라는 부시의 지역별 모금 네트워크를 살펴보면 부시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선거자금을 쓸어 담는지를 알 수 있다. 2000년 대선 때 부시의 선거팀이 고안한 파이오니어는 일종의 다단계식 모금 조직이다. 전국에 212명의 파이오니어를 임명해 각자 10만 달러(약 1억 2,300만원) 이상의 '하드 머니'(개인이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돈)를 거둬들이도록 했다. 당시 선거자금법상 유권자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하드 머니의 상한선이 1,000달러였기 때문에 파이오니어 1명당 최소 100명의 자금줄을 모집하도록 한 셈이다.

때문에 파이오니어들은 각 지역의 돈의 흐름을 꿰고 있는 변호사, 로비스트, 기업 경영인들 중에서 임명됐다. 이들에게는 "약정액을 달성하면 거부하기 힘든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부시의 친서가 전달됐고, 서로 약정액을 높여 잡으려는 경쟁까지 벌어졌다.

파이오니어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부시는 미 대선 사상 최대 규모인 총 1억 1,300만 달러의 하드 머니를 긁어 모았다. 부시 집권 후 이 중 19명이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각국 대사로 임명됐고, 43명이 정보기관 등의 공직을 제안 받았다.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과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도 파이오니어 출신이다.

부시는 2004년 파이오니어를 확대 가동 계획이다. 이미 312명의 파이오니어가 임명됐고, 척 왁슨 전 다이너지 회장, 찰스 허위츠 맥산 회장 등 재계 거물급들이 참여를 자청했다. 파이오니어 1인당 약정액을 최소 20만달러로 높여 잡았고, 새 선거법상 하드 머니 상한선도 2,000달러로 높아져 최소 2억 5,000만 달러는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시는 최근 파이오니어들에게 "6월 30일까지 약정액의 50%를 달성하면 '특별한 행사'에 참석할 기회를 주겠다"는 친서를 보낸 데 이어 9·11 테러 때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첩을 배포해 홍보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파이오니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정당헌금 제한" 새 선거자금법 시행여부 미지수

지난 해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새 선거자금법의 입법 취지는 돈 선거와 정경 유착의 관행을 종식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노동조합 등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제공하던 소프트 머니(정당 헌금)를 주와 지방 정부 소속 정당에 한해 1만 달러로 제한하고, 본선거 60일 전, 예비선거 30일 전부터 이익단체 등의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프트 머니는 사실상 사용처에 제한이 없고 정치인 개인에게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과 금권 선거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2000년 약 5억 달러의 소프트 머니를 모금한 민주 공화 양당은 "어차피 선거자금의 80% 이상을 하드 머니로 조달한다"며 겉으로는 모두 느긋한 표정이다. 그러나 새 법은 민주당보다는 부시의 공화당 측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거액 기부자 등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의 2배에 가까운 4억 6,600만 달러의 하드 머니를 모금하는 등 자금 동원력도 월등하기 때문이다.

새 법의 시행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 이익 단체 등의 소송에 대해 지난 달 미 연방항소법원은 "(새 법의) 소프트 머니 제한과 광고 금지 등이 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판결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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