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준이 건강과 관계가 있을까?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는 상식적인 질문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꽤 생소한 모양이다. 답부터 말하면 생활수준과 건강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소득을 4, 5 단계로 나누면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2배 정도 높다. 조건이 다르니 당연하다고 짐작하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이 결과는 흡연이나 음주, 혈압 등 건강에 위험한 요인들을 다 같다고 보고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소득수준 자체가 건강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결과 자체를 의심할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생활수준이 낮으면 건강이 더 나쁘고 수명이 짧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다음 답 중 하나를 골라보시기 바란다. ① 감수해야 한다 ② 부당하므로 감수할 수 없다.
건강의 평등 문제를 보는 데는 거칠게 나누어 두 가지 시각이 있다. 건강은 기본권이므로 개인적, 사회적 조건에 상관없이 가급적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그 반대편은 건강도 다른 사회적 혜택과 비슷하므로,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평등지향성이 강하다고들 하니 많은 분들이 평등 지향적인 것, 즉 ②를 골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리 만만한 선택이 아니다. 정책은 더더구나 그렇다.
최근 경제가 나빠지면서 빈부격차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끈다.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자꾸 늘고 있다. IMF 경제위기로 한차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빈부격차는 이제 우리 사회가 내내 안고 가야 할 만성적인 문제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빈부격차라고 하면 의식주와 같은 외형적 차이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건강과 같이 눈에 띄진 않지만 인간의 삶에 극히 중요한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도 수명과 같은 근원적인 수준에 연관된다.
평등지향은 개인의 철학일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은 기본권이라는 생각이 전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평등한 건강을 누리는 일은 '인권'의 수준까지 이를 참이다. 평등한 건강이 인권이라면? 정부의 빈부격차 해소 정책에는 건강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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