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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여론조사" 종합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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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여론조사" 종합분석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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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100일에 대해 국민은 대체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 국민이 과반수를 조금 상회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집권 초반에는 정부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관대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실망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취임 초에 가졌던 노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국민이 39.7%로,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13.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결과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국민이 노무현 정부의 100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주요 이유로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제침체, 교육개혁과 노동정책을 둘러싼 정책 혼선과 무원칙한 정부의 대응 등이 지적되었다.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에 대해서도 국민은 대체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물갈이에 대해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당 신주류의 신당창당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보다 20% 이상 높다. 출범 초기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대다수가 과감한 정계개편을 지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신당 창당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이 신당 창당의 명분에 대해 공감하기보다는 민주당내 구주류와 신주류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무엇보다도 개혁신당이 출범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도가 제일 높다는 결과는 앞으로 신당 창당을 통한 정치개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 인사의 재산의혹에 대한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야 된다'는 의견과 '더 이상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여론이 양극화되고 있는 듯 하다. 예상대로 한나라당 지지자,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일수록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지지기반인 20대와 30대에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주변인사 의혹 처리 문제가 노무현 정부의 지지기반을 와해시킬 폭발성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지금의 부정적인 평가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정부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한나라당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론은 가변적이고 변덕스럽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지난 100일간의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새로운 국정운영의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여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는 물론 성공적인 정부로 거듭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고 판단된다.

한나라당도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기득권에 안주해서 새롭게 거듭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총선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여야 모두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 실망과 좌절을 깊이 인식하고 무너지는 경제와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을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이 내 영 고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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