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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무인주차기 도입만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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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무인주차기 도입만은 제발…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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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운전자도 불만이 많지만 보행자도 주차 되어 있는 차들 때문에 걷기 힘들다며 "서울은 사람이 사는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를 위한 도시"라고 말한다.운전하는 입장에서 보면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없고 잠깐 주차해도 금방 주차 위반 딱지를 받는다.

그리고 주차요금이 너무 비싸다. 다 맞는 불평이지만 그보다 더 안 좋은 상황도 있다.

내 고향 바르샤바도 물론 주차 문제가 있다. 주차장은 그리 많지 않지만 서울보다 차량 수가 적어 불법 주차 하는 차량도 적고 큰 문제는 없다.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바르샤바가 편한 도시이다. 바르샤바 운전자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무인 주차 기계다. 처음 설치했을 때는 모두 편해서 좋다고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불평을 많이 한다.

바르샤바의 주차 기계는 운전자가 주차 시간을 예상하고 돈을 내도록 되어있다. 예상 시간보다 더 오래 주차하면 벌금을 내야 할 뿐 아니라 아예 자동차 바퀴를 못 움직이게 한다.

주차를 단속하는 사람들은 주차 기계가 설치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시간이 지났는지를 살핀다.

가끔 주차 시간을 예상하기 어렵고, 더 길어지거나 더 짧아질 수 있다. 시간이 더 짧아지면 이미 낸 돈이 낭비되고 더 길어지면 벌금을 내게 된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다 "죄송합니다.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기계에 돈을 넣어야 합니다"라며 주차장으로 뛰어 가 돈을 넣고 다시 약속 장소로 돌아와 이야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적어도 바르샤바에 있다 보면 서울의 주차장이 그립다. 돈을 주차한 시간만큼 정확히 계산할 수 있고 주차장 아저씨가 지키니까 도둑도 없고, 이따금 아저씨가 주차를 도와주기도 하고….

서울은 인건비가 들어가니 주차비가 좀 비싸긴 하지만 바르샤바의 주차 기계 또한 싼 게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주차 기계를 사용하지만 두 가지 주차 방식을 모두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무인 주차기계 보다 서울처럼 주차 관리원이 있는 주차장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서울에도 주차 기계를 설치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지금의 주차장보다 편할까? 아직 잘 못 느끼겠지만,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불편이 닥칠 것이다.

안나 파라돕스카 폴란드인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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