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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맹광호 가톨릭대 산업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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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맹광호 가톨릭대 산업보건대학원장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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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흡연처럼 나쁜 습관을 버린 경우 자랑스러움을 느껴도 된다.그러나 나의 금연 경험은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금연에 성공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의학을, 그 중에서도 보건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원칙적으로 담배를 한대도 피우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인데도 무려 10년이나 담배를 피웠다.

내가 처음 담배를 배운 것은 1960년대 후반 의과대학 졸업반이던 본과 4학년 때다. 그때는 대학생 10명 중 7, 8명 정도는 담배를 피웠고 의과대학에서조차 흡연의 피해를 특별히 강조해 가르치지 않았다. 누구도 담배 피우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던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도 대다수 흡연자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호기심으로 흡연을 시작했다가 중독되듯이, 나도 그때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나를 포함해 우리나라 의학도들이 당시 선진국에서 발표되는 연구결과에 대해 무지한 탓이었다.

이미 유명 해외 학술지에는 흡연 피해에 관한 대규모 역학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미국 공중보건부는 64년 말에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까지 했는데….

내가 금연을 결심한 계기는 흡연을 시작한지 꼭 10년째가 되던 77년 봄 부활절을 앞두고 성당에서 마련한 사순절 기간 40일의 금연 행사였다. 역시 대단한 흡연가였던 주임신부님께서 사순절 40일동안이라도 금연을 하고 하루 한 갑을 기준으로 300원 하는 담배 값 40일분 12,000원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자고 하신 제안에 참여하면서 그대로 금연을 하게 된 것이다.

금연은 금연을 하려고 하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래도 실제로 금연을 실천할 때는 혼자서 하기보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이후로 나는 내가 가르치는 의과대학 학생들은 물론 이웃사람에서도 꾸준히 금연을 권유했고, 8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금연운동단체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창립회원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금연운동을 해오고 있다.

2001년도 하반기부터는 보건복지부가 금연광고와 캠페인 등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흡연의 나쁜 점을 알리기 위해 설립한 범국민금연운동본부의 일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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