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안방극장은 남성 별들의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차승원 송승헌 신하균 최민수 유오성 등 한동안 영화에 전념해 온 남성 톱스타들이 줄줄이 TV 드라마에 출연한다.영화 '광복절특사' '선생 김봉두' 등으로 흥행 보증수표가 된 차승원(33)은 7월 방송 예정인 KBS2 주말연속극 '보디가드'(극본 박예랑, 연출 전기상)에 청와대 경호원 출신의 사설 경호원으로 출연한다. 그의 드라마 출연은 SBS '맛을 보여드립니다' 이후 3년 만이다. 임은경(20)이 상대 역으로 드라마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송승헌(27)은 7월7일 첫 방송되는 KBS2 '여름향기'(극본 최호연, 연출 윤석호)로 '가을동화' 신드롬 재연에 나선다. 이 드라마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잇따라 성공시킨 '마이더스의 손' 윤석호 PD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하반기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상대 역에는 영화 '연애소설' '클래식'으로 멜로 연기에 물이 오른 손예진(21)이 캐스팅됐다.
데뷔 이후 영화만 고집해 온 신하균(29)은 8월 방송 예정인 MBC '좋은 사람'(가제·극본 강은경, 연출 유정준)으로 안방극장에 첫 선을 보인다. 조한선과 호흡을 맞춰 경찰 콤비의 우정과 운명적 대결을 그릴 이 작품에서 그는 삼류 건달 출신의 경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영화계 최고의 성격파 배우 최민수(41)와 유오성(37)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배경인 조정래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100부작 대하 드라마 '한강'의 주인공 유일민·일표 형제로 나란히 캐스팅됐다. 이들의 드라마 복귀는 3년여 만이다. 그러나 당초 KBS '장희빈'의 후속작 물망에 올랐던 이 작품은 각색 등 준비가 미흡해 아직 방송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영화계 스타들의 잇따른 드라마 출연은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톱스타들이 드라마를 기피한 것은 제작기간이 짧아 스케줄 조정이나 연기 몰입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올인'의 성공에서 보듯 오래 준비하고 거액을 들여 작품성과 인기를 한꺼번에 잡은 작품이 등장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방송사 자체 제작과 달리 기업의 제작비 협찬이 가능한 외주제작 드라마가 늘면서 출연료가 대폭 오른 것도 한 요인이다. 이들의 출연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당 800만∼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연기자들의 주요 수입원인 CF 섭외를 받는 데는 영화보다는 매체 영향력이 큰 드라마가 월등히 유리하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러나 톱스타 모시기 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톱스타들의 거액 몸값이 제작비 부담으로 이어져 간접광고 성행 등 폐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독립프로덕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외주제작 의무비율 제도의 편법 운영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좋은 사람'의 경우 제작사는 김종학프로덕션이지만 연출은 MBC PD가 맡아 무늬만 외주제작이다.
일단 톱스타를 잡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잡음도 적지 않다. '보디가드'의 제작사 에이트픽스는 차승원과 계약도 하기 전에 캐스팅 사실을 언론에 흘려 한때 차승원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에센스21과 휴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는 '한강'은 방송 여부 및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최민수, 유오성의 드라마 출연은 불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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