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증권 관련 집단 소송제 법안을 6월 중 통과시키되 시행시기를 1∼2년 늦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그만큼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 소송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분식회계,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은 단지 해당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가져온다. 미국의 엔론 사태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참여정부가 이 제도를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지적대로, 특히 SK글로벌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어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재계의 반발과 극심한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이 제도 시행을 유예키로 한 것은 재벌 구조조정이 또 다시 후퇴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불황을 내세워 개혁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려는 재계의 주장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협력을 요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투자확대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미루다가는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과제다.
집단 소송제는 정치권과 정부, 재계가 어떻게 해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묻고 있다. 이제는 모두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새롭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그 판단 기준은 국가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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