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413만 화소급 정지영상 촬영기능을 갖춘 캠코더 '듀오캠'을 내놓았다. 캠코더 뿐 아니라 젊은 층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디지털 카메라로도 사용할 수 있어 듀오캠은 출시하자마자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처럼 가전제품 하나에 다양한 기능이 담겨 있는 복합 가전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가전이 '기능 업그레이드'에 주력했다고 하면, 요즘은 하나의 제품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복합 기능' 이 가전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더구나 국내 가전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다른 기기간 융·복합화를 추진하는 이른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를 장기 전략 과제의 하나로 설정,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쏟아지는 복합 가전제품
복합 가전제품 가운데 최고의 히트 제품은 삼성전자가 2000년 10월 출시한 '디지털 콤보'. DVD 플레이어에 VCR을 장착한 디지털 콤보는 당시 VCR에서 DVD로 넘어가던 영상 가전시장의 변화에 힘입어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디지털 콤보는 지난해에만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출시 3년 만에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며 DVD 플레이어 시장에 '콤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심지어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일본 소니도 지난해 유사제품을 내놓았다.
디지털 콤보의 성공에 고무된 삼성전자는 올 초에는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하우젠 에어컨을 선보였다. 기존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과는 다르게 별도의 공기청정기로도 사용할 수 있어 1년 내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홈 시어터가 내장된 HD TV(대우일렉트로닉스)도 등장했다. 홈 시어터 필수품 우퍼 및 센터 스피커 등이 TV에 장착돼 별도의 부가장치 없이 5.1채널의 서라운드 음향을 즐길 수 있고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LG전자도 DVD, VTR에 디지털 앰프와 스피커를 하나로 결합한 '홈시어터용 DVD 콤비'를 내놓았고, 아남전자는 기존 콤보 제품에 라디오 기능을 추가한 '쓰리 콤보'를 선보였다.
전자레인지에 토스터기를 붙인 '토스트 전자레인지'도 가전 3사가 모두 제품을 내놓을 만큼 인기. 이밖에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을 갖춘 카메라폰, 음성 녹음 기능이 있는 MP3 플레이어 등이 복합 가전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 가전의 화두는 디지털 컨버전스
가전 회사들이 복합 가전에 사활을 걸고 각종 신제품을 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단품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 또 소비자들의 욕구가 그만큼 다양화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복합 가전붐이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와 가전을 연결시키는 디지털 컨버전스로 가는 전 단계로 보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2∼3개의 기능을 결합한 복합 가전은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디지털 컨버전스 유망제품으로는 디지털 음악기, 캠코더, 네비게이터, 카메라, TV 수신 등을 한데 집약하는 휴대전화기 계열과 집안의 다양한 정보기기를 연결해 통제하는 홈 네트워킹 제품이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미 라스베이거스 국제 가전쇼에서 "올해에만 컨버전스형 제품을 50여개로 늘리는 등 2005년까지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사업부문에 투자를 확대, 3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복합 가전 제품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복합 가전의 경우 따로 사는 것보다는 싸지만 단일 기기보다는 여전히 조금씩 비싸기 때문에 여러 기능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에만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기능 효용성 측면에서도 복합 제품은 단품보다 아직 상대적으로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MP3 플레이어 겸 음성녹음기 일부 제품의 경우 메모리 용량 부족으로 사용하는데 불편할 수도 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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