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해야 할 오전 졸음이 쏟아진다. 운전대를 잡고있다가 퍼뜩 정신이 들면 갓길. 자고 나도 피로하고 일에 집중이 안 된다…. 밤에 잠을 못자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낮에 과도하게 졸린 것은 더 심각하다. 고대안암병원 신경정신과 김 린 교수는 "불면증은 인구의 30%, 낮 졸림증은 4∼5%가 평생 한번 겪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수면클리닉을 찾는 사람 중엔 낮 졸림을 호소하는 이들이 4분의1"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일상생활의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트럭운전사들이 내는 교통사고의 25%가 주간졸림으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고 수면장애가 있을 경우 운전면허를 유보하는 제도도 도입됐다.낮의 졸림증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나타나며 원인도 매우 복잡하다. 불면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늘 피곤하고 멍한 느낌에서부터 교통사고, 학습장애, 각종 산업재해 등 위험을 갖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수면호흡클리닉 신 철 교수는 "수면장애의 종류는 100가지나 된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낮에 졸리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밝혀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낮 졸림의 원인을 알아보자.
주말이면 몇 시간씩 더 잔다
쉬는 날에 2∼3시간씩 더 자는 경우라면 평소 잠이 모자란다는 뜻. 특별한 병은 없지만 습관적으로 밤늦게 깨있는 건강한 젊은 성인에게 많다. 낮 졸림증의 대표적 원인이기도 하다. 남과 똑같은 시간을 자도 개인에 따라 잠이 모자랄 수 있다. '정상적 수면시간'이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잠은 빚쟁이여서 잘 만큼 못 자면 몰아자게 돼 있다"고 말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우선적인 해결책이다.
자도 자도 졸리다
충분히 자도 졸리다면 잠의 질이 문제다. 수면무호흡증은 대표적으로 잠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 옆에서 보면 밤새 한번도 깨지 않고 코를 드르렁거리며 잘 자는 것 같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수면패턴을 조사해보면 3,4단계의 깊은 잠이 거의 없고 수백번씩 무호흡 상태를 겪으며 1,2단계의 얕은 잠만 잔다. 잔 것 같지 않은 것은 당연.
수면클리닉에선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상기도양압술(CPAP)을 권한다. 기도로 공기를 흘려넣어 숨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 마스크를 구입해 쓰고 자면 된다. 비용이 다소 고가이나 잠 자고 난 뒤 상쾌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코골이 수술'을 하지만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밤에 못자고 낮에만 졸리다
불면증이거나, 노인의 경우 이에 해당한다. 특히 노인은 하루의 생체주기가 점차 앞당겨져 초저녁부터 잠들어 이른 새벽 깬다. 화장실을 가느라 자주 깨고 수면패턴 자체가 깊은 수면이 없어진다.
이 경우 가능하면 낮시간을 활동적으로 보내 낮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 우유에는 잠 자는 데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많으므로 잠 자기 전 약간 데워 먹거나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코릿, 커피, 녹차 등 카페인 성분은 피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휴일만 지내고 나면 졸리다
수면의 주기 문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군대, 학교, 직장의 엄격한 규율에 따라 억지로 이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하루 이틀 쉬고나면 제 주기를 찾아가는 것. 특히 청소년기엔 수면 주기가 뒤로 밀리는 지연성 수면장애증후군(올빼미형이 되는 것)이 많다. 이들은 자다말고 일어나는 셈이라 오전 중 졸음을 참기 어렵다.
생체시계를 아예 다시 맞추려면 광치료를 받도록 한다. 5,000∼1만룩스의 강한 빛을 오전에 쪼여준다.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빛에 반응해 빛을 쬐고 12시간이 지나면 분비된다. 단 백내장 녹내장 등이 있는 경우 강한 빛이 좋지 않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기타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 안정제·수면제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약, 일부 고혈압약은 낮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을 낳는다. 또 기면병, 주기적 사지떨림증 등 질병도 원인이다. 약을 바꾸고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하루 10시간이상 자면 수명대로 못살 확률 1.8배
가장 몸에 좋은 '적정 수면시간'이란 얼마일까? 정답은 없다. '피곤하지 않을 만큼'이 저마다의 수면량이다. 다만 하루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1.8배 많은 것으로 연구됐다.
수면주기는 유전적으로 아침잠이 많은가, 저녁잠이 많은가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짧아진다. 즉 노인은 잠이 적어지면서 일찍 자고 일찍 깨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수면습관을 고치기도 힘들다.
이러한 수면주기는 하루를 영위하는 생체주기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생체주기는 25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하루 24시간의 지구 자전주기에 맞춰 살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생물학적 시계와 지구의 천문학적 시계가 어긋나기 시작해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정상인도 유독 처지고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뇌의 신경연구에서 잠이 들고 깨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카테콜라민, 아세틸콜린 등이 수면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단일한 체계나 물질이 분명치 않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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