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넘는 고갯길이 여럿 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고개를 꼽으라면 홍천과 양양을 잇는 구룡령이다. 조망이 탁월하다. 가장 둔탁한 고갯길은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다. 온통 터널과 다리로 연결된 이 고개는 이제 더 이상 고개도 아니다.가장 아늑한 고갯길로 꼽히는 곳이 있다. 평창과 강릉의 주문진을 잇는 진고개이다. 오대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6번 국도로 지난다. 너무 길어서(강원도에서는 '길다'를 '질다'로 발음하기도 한다) 진고개이다. 비가 오면 진창이 되어서 진고개이기도 하다.
차가 다니기도 힘들었던 진고개는 1991년 말끔하게 포장됐다. 그리고는 이미지를 바꿨다. 다른 고갯길이 산등성을 휘돌아 나 있는 반면 진고개는 골짜기를 타고 길이 진행된다. 양쪽의 산등성이에 쌓여 아늑한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느낌을 준다. 신록의 봄이나 단풍의 가을에는 산의 색깔에 넋을 잃으며 드라이브를 하게 된다.
골짜기에 물이 흐른다. 송천이다. 송천은 오대산 소금강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연곡천을 이루고 주문진에서 바다로 빠진다. 송천을 끼고 송천약수가 있다. 큰 길에서 가장 가까운 약수다. 그래서 가장 많은 사람이 마시는 약수이기도 하다. 불그스레한 암반 사이에서 솟는다. 철분과 탄산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병, 위장병, 숙취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탄산이 섞여 있지만 맛이 부드럽다. 진고개 정상을 넘어 연곡 방면으로 6.2㎞ 정도 달리면 송천약수를 알리는 돌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규모가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 곳에서 계곡을 따라 약 100m를 올라가면 약수를 만난다.
송천과 함께 달리는 6번 국도의 양쪽은 서울 근교의 양평을 방불케 한다. 각종 식당은 물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길 옆에 있는 부드러운 약수. 다리품을 팔기를 꺼려 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쉴 수 있다. 지난 해 수해에 안전시설이 많이 망가졌다. 아직 복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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