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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양아들 행패에 30년 기른情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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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양아들 행패에 30년 기른情 포기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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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네요."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A(71)할머니는 30여년전 주워다 호적에 올려 친아들처럼 키워온 양아들 B(33)씨와의 모자관계를 법적으로 정리하게 된 게 다행스러우면서도 못내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가 B씨를 만나 모자의 인연을 맺은 것은 1971년 여름. 집 앞에 버려져 있던 젖먹이나 다름없는 B씨를 발견한 A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B씨를 친아들로 키우기로 마음먹고 B씨를 자신과 남편 사이에 태어난 친생자로 출생신고 했다.

그러나 1986년 남편이 세상을 뜬 후 B씨는 학교 수업을 빼먹는 등 삐딱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퇴학 당해 A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A씨는 이후에도 결혼을 앞둔 B씨에게 혼인생활을 위한 임차 보증금으로 2,000만원을 마련해 주는 등 양아들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않았지만 B씨는 결혼 후 더욱 몰염치해지기만 했다. 아들까지 두고도 아내 외에 다른 여자와 교제를 하면서 A씨가 마련해 준 보증금 2,000만원을 모두 탕진하고 A씨에게 수시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

처음 얼마 동안 양아들의 요구를 들어주던 A씨가 수입이 없어 더 이상 줄 돈이 없자, B씨는 가구를 파손하는 등 행패를 부리고 A씨의 지갑을 훔쳐가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결국 97년 양아들을 피해 형제들이 있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으나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98년 다시 귀국했다. 귀국 후 양아들이 다시 자신을 찾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B씨에게 자신의 귀국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있던 A씨는 결국 32년 간의 모자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법원을 찾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양친자관계는 B씨로 인해 파탄에 이른 만큼, 호적상 친생자 관계를 정리하려는 원고의 청구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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