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노교수께서 자동차를 끌고 출근하려다가 그만 신호를 위반해 젊은 경찰관에게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받게 되셨다.평소 풍부한 유머 감각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씀씀이가 매우 알뜰하기도 한 그 양반,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막내아들뻘 되는 경찰관에게 사정을 하셨다. "요 앞 대학교 선생이요. 수업에 늦을까 봐 그랬으니 좀 봐주시오." 곧잘 통하던 수법이 웬걸,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매연과 미세 먼지를 들이마시며 준법정신 고취와 질서의식 함양에 몸바치던 이 사명감 대단한 젊은 경찰관은 입가에 슬쩍 비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께선 학생들한테 그렇게 가르치십니까? 어서 면허증 주십시오." 말을 뱉어놓고 보니 자기도 좀 너무했다 싶었던지 경찰관은 괜히 모자를 한 번 벗었다 다시 쓰면서 손만 쑥 내밀었다. 그래도 손에 얹히는 게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운전자 쪽을 살피니 노교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네. 그렇지만 학생들이 봐달라면 좀 봐주긴 하지." 이후의 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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