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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北문화재 보존지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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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北문화재 보존지원 "속앓이"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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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 상태 등을 지적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보고서 제출(본보 29일자 보도)을 계기로 향후 문화재청의 북한 문화재 보존 지원 여부와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일방적 지원으로는 의사소통 채널도 확보할 수 없어 문화재 보존·관리 실태 파악이 어려운 것은 물론, 남측 전문가의 현지조사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문화재청 관계자는 3일 "북한의 약수리 벽화고분 보존 지원 사업 등을 제대로 하려면 문화재 남북 공동의 보존·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북측이 남측 국가기관의 참여를 꺼리는 데다 직접적 대화 통로도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개성공단 건설 예정지의 지표조사도 희망하고 있으나 같은 이유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000년부터 유네스코를 통해 지원하고 있는 '북한 문화재 보존지원 신탁기금'과 관련한 남측의 현지 조사 참여 요청에 대해 북측은 부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이 4월 유네스코와 합의한 '북한문화재보존 장기계획사업'에 "북측이 국적에 상관 없이 현지 조사나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한 전문가의 북한 출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삽입했지만 여전히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남측 학자가 현장 조사에 참여하려면 남북 장관급 회담 등에서 합의돼야 하는데 북측이 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2002년 고분벽화의 안정화 및 장기적 보존, 고분벽화 보전 훈련 워크숍, 정기 모니터링을 위한 전문가 파견을 계획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의사소통 채널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이번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ICOMOS 보고서가 나온 직후 문화재청은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북측의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현재 외교부를 통해 유네스코 본부에 관련 공문을 보냈고, 유네스코 본부는 유네스코 북한위원회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임효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우리 학자들이 북한 문화재에 접근할 수 없다"며 "기금 활용 요건을 강화해 우리가 직접 지원하고, 접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조계종의 단청불사 지원처럼 민간 주도사업으로 전환한 후 측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이것도 타 종단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지원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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