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는 금융기관에 맡기고 호화 헬스클럽에서 몸 관리나 하며 인생을 즐기는 남자, 왕창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크루즈 여행을 하며 능력을 마음껏 자랑하는 남자, 신혼 집으로 널찍한 아파트를 구해 놓고 'xx아파트에 삽니다'라며 베란다에서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광고 속의 이 남자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풍족한 30대는 언젠가부터 광고에 등장해 여유롭고 넉넉한 삶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심고 있다. 제일기획의 보고서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는 호텔 창가에서 일요일 오전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로 묘사된, '코리안'과 '보보스'가 합성된 '코보스족'이다.
1억원을 넘는 연봉에 언제든 새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출중한 능력과 열린 사고의 소유자로 명품을 볼 줄 알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광고에 나오는 코보스족이 되는 길은 과연 얼마나 열려 있는 것일까. 일류대학 나와 나름대로 번듯한 직장을 구했더라도 광고 속의 그 남자처럼 되기는 어렵다.
한 30대 중반 남성의 이야기. "나름대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고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에 나름대로 '스타트랙' 시리즈에 열광하고 랩과 힙합 음악도 듣는 등 아메리칸 스타일도 익혔다. 화려한 영문 이력서와 에세이를 제출하고 힘든 인터뷰 관문을 뚫고 드디어 외국계 금융회사에 들어갔지만 해외에서 자라 해외에서 공부하고 들어온 해외파는 당할 수 없다. 승진은 한계가 있고 연봉도 좀처럼 안 오른다. 그래서 한국은 해외파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IMF 이후 금융 구조조정과정에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거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이 대거 중용됐다. 대부분의 젊은 고소득자, 코보스족은 이런 해외파다. 국내파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여자들은 코보스족 남자만 찾으려 든다. '영어로 꼬시는 남자/ 명품을 건네는 남자/ 너 거기 혹하지 마라 마음만 다친다/ 룰루랄라 강남 갔던 제비도 다시 돌아오는데/ 룰루랄라 날 버리고 간 님은 언제 돌아 오려나'라는 김건모의 노래 '제비'가 갑자기 한국에서 자라나 입시 지옥 속에서 공부해서 열심히 살아 가고 있는 토종 한국 남자들의 심정처럼 느껴졌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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