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친영례(行 親迎禮) 신랑출(新郞出)∼" (신부 집에서 신랑을 맞이하겠습니다. 신랑은 입장하세요.)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서울놀이마당. 집례자의 낭랑한 목소리에 따라 앳돼 보이는 신랑이 식장에 들어서면서 전통 혼례식이 시작됐다. 결혼식은 신부 집에서 신랑을 맞는 것으로 시작해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 집에 전달하고 신부가 초례청에 들어(전안례·奠雁禮) 서로 맞절한 뒤(교배례·交拜禮) 술을 들면서 백년해로를 약속하고(합근례) 부부됨을 내빈께 알리는 큰 절(성혼례·成婚禮)을 하기까지 40여분간 진행됐다.
신식 결혼식의 덕담 주례사와 축가, 축포는 없었지만 사물놀이패의 지신밟기, 악사들의 풍악으로 흥겨움이 넘치는 가운데 신랑 신부는 절차에 따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신랑 신부역을 한 천기준(22) 이유나(22)씨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웠지만 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진짜 결혼할 때는 전통과 신식을 모두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신랑, 신부가 이렇게 고울까"라며 감탄하던 관람객 이연실(67) 할머니는 "옛날 시골생각도 나고 오랜만에 좋은 구경을 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남지역 전통문화의 메카
서울놀이마당이 '강남지역 전통문화의 메카'를 선언했다. 인사동이나 북촌처럼 전통문화의 학습장, 공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 1999년부터 서울놀이마당을 운영해 온 송파구는 그래서 지난달 1일 주중 전통문화학교를 개교했다. 30여년 이어온 송파민속보존회가 운영을 맡은 문화학교는 탈춤과 풍물 등 전통문화체험과 윷놀이 제기차기 복식예절 등 전통놀이와 예절을 가르친다.
전통혼례도 시민들을 전통 마당에 참여시키기 위해 마련했다. 구와 민속보존회는 매주 토·일요일 송파구민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신청을 받아 실제 전통 혼례식을 치른다. 금·은혼식도 가능한데 피로연을 제외한 혼례의 모든 절차는 민속보존회원들이 진행한다. 비용은 실비 수준인 35만원이지만 생활이 어려운 구민은 무료다.(문의 02―410―3410∼3) 신청자가 없을 땐 매달 마지막 토요일 민속보존회가 시연한다.
민속보존회 김영숙 사무국장은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라며 "전통혼례 시연에 중·고·대학생들을 신랑 신부로 참여시켜 직접 체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풍성한 공연
주말이 되면 놀이마당은 전통놀이 공연으로 떠들썩해 진다. 볼만한 공연이 많다는 입소문이 퍼져 2,500여 관람석이 매번 거의 메워질 정도다. 이곳에선 전통무형문화재급의 전통민속공연이 연평균 100회 이상 이어진다. 이달만 해도 22회 공연 중 남사당놀이를 비롯해 줄타기 임실필봉농악 송파산대놀이 은율탈춤 봉산탈춤 6개가 중요무형문화재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이다.
송파구는 "공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괜찮다는 공연물을 찾아 초청하고 있다"며 "공연마다 250여만원이 소요되지만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어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 곳을 쉽게 떠날 수는 없다. 구가 지난해 32억원, 올해 23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송파나루공원(석촌호수) 명소화사업'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호수 주변에 우레탄을 깔아 조깅로를 설치했고 호수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도 곳곳에 만들었다. 야간엔 수변무대에서 벌어지는 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을 공짜로 감상할 수 있다. 20년 가까이 방치된 공원 가로등이 전면교체돼 야경이 훨씬 밝아졌고, 호수 어느 곳에서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향시설이 설치됐다. 45종의 허브 1만5,000그루도 심어졌다.
이유택 송파구청장은 "인근 롯데월드와 연계해 세계적 규모의 첨단 놀이시설과 우리 전통문화가 어우러지는 서울의 명소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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