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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금진단 표류하는 한국경제 / <下>전문가 제언 "단기부양 급급땐 必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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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금진단 표류하는 한국경제 / <下>전문가 제언 "단기부양 급급땐 必敗"

입력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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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대증요법으로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경제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단기적 경기대응책 보다는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에 편향된 노동정책이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이른 감이 있더라도 경제팀을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정책의 불확실성'을 꼽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曺東徹) 거시경제팀장은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내수 위축과 북핵 위기, 이라크전쟁 등 대외악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것만으로 지금의 경기침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정책혼선이 경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분석팀장도 "정부의 주요 정책이 부처간 이견과 이익집단의 반발로 하루아침에 번복되는 일이 빈발하면서, 정책시스템이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 경제는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잘못 대처할 경우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경기 대응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全聖寅) 교수는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상당히 많은 가계가 신용불량의 절벽까지 내몰린 현실에서 단기 부양책이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신뢰성 있는 정책으로 착실히 성장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KDI 조 팀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법과 원칙이 실종된 채 목소리 큰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회기강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경제 주체들의 모럴 해저드가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경련 현명관(玄明官) 부회장은 "각종 불합리한 기업관련 규제를 개혁하고 경영인프라를 개선해 투자기반을 조성하는데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정부가 경제정책 전반에 걸친 보다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전 교수는 "경기 변동에 집착하며 단기 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팀이 원칙을 다시 세우고 거기에 맞춰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없애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참여정부가 출범 100일밖에 안됐지만, 현 경제팀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 교수는 "지금의 경제위기는 2년 전부터 소비 진작에 의한 경기 부양을 진행해온 결과"라며 "당시 거시정책을 집행한 관료들이 새 정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법인세·특소세 인하 등 대증요법에 의한 초단기 경기 부양책에 매달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 팀장은 "정부가 시장 지향적인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노동문제에 대해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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