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출판이 시작된 것은 언제일까. 고종 20년인 1883년 인쇄출판기구로 박문국이 설치되면서다. 첫 베스트셀러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895년 나온 유길준의 '서유견문'과 번연의 '천로역정'을 꼽는다.베스트셀러는 한 시대의 지적 수준과 관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베스트셀러의 역사는 곧 사회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4∼9일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태평양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특별행사로 근대 100년의 베스트셀러전을 마련해 관심을 모은다.
19세기 말부터 2000년까지의 국내 베스트셀러 400여 종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대학교수 부인의 탈선을 그렸다 해서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적'이라고 비난을 샀던 정비석의 '자유부인'(1954), 국내 최초 판매량 100만 부 돌파의 신기록을 세운 김홍신의 '인간 시장'(1981), 1988년 가을 시집 세 권이 나란히 베스트셀러 1, 2, 3위를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을 일으켰던 서정윤의 '홀로서기' ,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이해인의 '민들레의 영토'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은 추억의 베스트셀러들이 나온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해마다 주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의 책 잔치다. 국내외 출판사들이 책을 전시하고, 출판 관련단체나 도서 수출입상, 저작권 회사도 참여해 출판의 흐름을 파악하고 저작권 계약도 한다. 9회 째인 올해는 국내 126개, 해외 18개국 41개 등 총 167개 출판사가 참가한다. 지난해 22개국 217개에 비해 규모가 줄었다.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사스와 세계적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여러 해 째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출판의 꽃인 단행본 업체가 많이 빠진 것도 아쉽다. 어린이책이 행사의 중심이 되다 보니, 단행본 출판사들은 부스 설치비(140만 원)를 내고 나와 봤자 별 성과가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영세해서 직원 두 세 명을 현장에 상주시킬 여력이 없는 것도 불참 원인의 하나다.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그래도 일반 독자로서는 국내외 출판물을 한꺼번에 만나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이번 행사는 '베스트셀러 100년 전' 외에 독일의 북아트재단이 보내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155종의 전시도 겸한다. 북아트재단이 1991년부터 2002년까지 각국에서 북 디자인 상을 받았거나 전문가 집단이 추천한 책 중에서 골라낸 것들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책은 없다. 국내에 아직 북 디자인 상이 없어 출품조차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특별행사 외에 유명 작가 사인회와 강연회도 매일 한 차례 마련된다. 입장료는 없으며 매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6까지 문을 연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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