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간데 없는 경기침체가 중소기업들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재고 누적으로 중소제조업의 공장 가동률이 추락하면서 생산 설비를 아예 내놓는 기업들이 급증하는 한편, 자금압박에 견디다 못해 도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4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 경기전망지수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경신하며 중소기업의 각종 경기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밝힌 4월중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9.5%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하락 끝에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5월(69.3%)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협중앙회 김도언 산업조사과장은 이와 관련 "소비 위축에 의한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급증하고 있어 전업종이 75%대 이하의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가동률 하락의 여파는 설비 시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자체 집계한 1∼4월 중 유휴설비 매물은 총 1,527건으로, 1월 270건이었던 것이 4월에는 525건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으나 매입 상담은 200여건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자금난도 심각한 지경이다. 중소기업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8대 도시의 지난 4월 부도법인 수는 총 24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여개나 늘어났다. 또 기협중앙회가 도산 업체의 부도어음을 떠안은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공제기금 1호' 자금도 올들어 5월까지 총 93억원이 나가는 등 지난해보다 33% 증가, 도산 업체의 빠른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업계의 고민은 앞으로 경기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는 데 있다. 지난달 30일 기협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는 6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를 85.1로 예측, 4월의 역대 최저치(87.4)를 경신하며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SBHI 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음을 뜻한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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