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종전이후 복구 특수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들이 중동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시장의 대체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중동을 새로운 무역거점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중동지역 무역 상담회 '성황'
중소기업들의 중동 진출 열기는 각종 무역 상담회에서부터 느껴진다. 지난달 27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 시티에서 열린 '중동 수출 상담회'에는 무려 200여개의 서울·경기지역 중소기업들이 몰렸다. 이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바이어들도 150여명이 찾아 들어 '북새통'이었다는 것이 행사 관계자의 말. 이라크 바이어도 5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코트라 시장개발팀의 양인천 차장은 "300여건의 상담에 액수만도 2억5,400만달러(3,00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바이어 9명과 함께 방문한 KOTRA 알제리 무역관의 파이자 조비리씨는 "알제리 현지에서는 한국 상품 수요가 높은 반면 한국업체들의 진출은 드물었다"며 "막상 이곳에 와보니 중동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 놀랬다"고 말했다.
KOTRA 관계자는 "수원, 대구 등지에서 벌어진 중동 수출 상담회에도 매번 수백여개의 중소기업이 몰리는 등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여간 높은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성장 가능성과 지리적 조건에 주목
중소기업들은 오랜 정치적 불안정으로 성숙치 못한 이 지역 경제가 갖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경기침체와 달러화 약세로 내수, 수출 양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흥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동지역으로 수출 거점을 옮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평면액정디스플레이(LCD) 모니터 제조업체인 (주)콜린스의 김병욱 부장은 "주 거래선이었던 유럽, 북미 지역은 이미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이윤을 내기가 힘들다"며 "중동, 동구권, 남미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집트 등 중동권에서는 한국 LCD 모니터에 대한 평판이 매우 좋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월 1,000여대를 비행기로 실어간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수출 물량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사후관리(A/S) 센터를 중동 주요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이 지역 거대 상권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점도 중소기업을 끌어들이는 중동 시장의 매력이다. 팬시, 문구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삼지산업의 문재희 과장은 "두바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중동 상권은 동유럽과 아프리카 시장까지 뻗어있어 중동쪽에 수출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유럽 및 아프리카에도 진출하게 된다"고 전했다.
각종 지원책도 이어져
중동 진출 열기에 발맞춰 관계 기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우리 기업의 중동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민관합동 '중동진출전략팀'을 설치했다. 산자부, 수출보험공사, 수출입은행, KOTRA 등이 고루 참여해 기업들의 중동진출을 제도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또 KOTRA는 '중동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이라크전 이후 크게 변화한 중동 국가들의 시장여건에 국내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분야별 대응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6월 중 4차례를 비롯, 중동에만 연간 46회의 시장개척단을 보내는 등 중소기업의 중동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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