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논의를 둘러싼 민주당내 신·구주류간 갈등이 지난 달 30일 당무회의에 이어 2일 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또 다시 폭발했다.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7시간여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양측은 구주류인 이윤수 의원의 국회 예결위원장 지명 등 일상 당무로까지 전선을 확대, 정면 충돌했다.신주류측 이재정 의원은 구주류측 박상천 최고위원이 회의시작 전 공개한 문건에서 신당을 '진보정당'으로 규정한 것을 겨냥, "박정희 때부터 수 십년간 색깔 논쟁에 희생돼온 우리가 같은 당 최고위원으로부터 색깔론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아프다"고 비난했다. 박 최고위원은 "신주류가 개혁신당을 마치 통합신당인 양 위장하고, 민주당 해체 및 인적 물갈이도 없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어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는 법"이라며 "떠나는 스님이 절을 부숴 다른 스님들까지 못살게 하는 것은 국민이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러자 신주류인 임채정 이강래 의원 등이 나서 "신당을 보혁구도의 계급정당으로 예단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 "민주당 간판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구주류인 김옥두 유용태 의원 등은 "우리는 신당에 가지도 않을 테니 헤어지더라도 민주당을 짓밟지 말라", "당을 지키는 것은 악이고 신당을 만드는 것은 선이라는 흑백논리는 위험하다"고 공박했다. 양측 공방이 격렬해지자 신주류측 김원기 신당추진모임 의장이 "작년 대선 때 구주류가 주축인 후단협이 더 열심히 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중재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신주류측은 또 연석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이윤수 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지명하고 나머지 예결위원 명단은 정대철 대표와 정균환 총무가 조정한다"고 합의한 데 대해 "적절치 못한 인선"이라고 반발, 구주류측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신주류측 이해찬 의원은 "예결위원장은 정부와 대화를 잘하고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합리적 타당성이 결여됐다"면서 "최근 상궤를 벗어난 인선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김경재 의원도 "원내총무의 일반적 인사가 당의 정서와 맞지않다"고 거들었다.
이에 정 총무가 발끈, "인격적으로 사람을 그렇게 모독할 수 있느냐"면서 "이해찬 의원처럼 해박한 지식을 갖고 능력있는 분도 지난 번에 당을 어렵게 하지 않았느냐"며 이 의원의 '병풍 수사 유도' 설화를 끄집어내 반격했다. 당사자인 이윤수 의원은 "성격이 급해 정부와의 충돌을 걱정하겠지만 노무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서울대 나오신 분들이 해야겠지만 세종대왕이 서울대를 나왔기 때문에 성군이 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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