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윙(The West Wing)은 백악관 비서진이 근무하는 곳을 일컫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 직후 백악관의 웨스트윙을 벤치마킹해 대통령 집무실과 주요 참모들의 사무실을 가깝게 배치하고, 등록기자제 대신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청와대와 내각의 리더십 위기가 거론되는 요즘 웨스트윙의 정치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영화채널 캐치온이 9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밤 9시 백악관의 미국 대통령과 참모진들의 활약상을 다룬 NBC TV의 간판 시리즈물인 동명의 '웨스트윙' 시즌 3편을 방송한다.특히 캐치온이 지난달 30일 방영에 앞서 청와대 보좌진과 여·야 대표에게 1,2편 비디오 테이프와 함께 '웨스트윙'에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담은 홍보문건을 발송해 더욱 눈길을 끈다.
'웨스트윙'은 3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시리즈상을 수상한 인기 정치 드라마로, 인기 TV시리즈 'ER'을 기획한 존 웰스의 연출과 영화 '어 퓨 굿 맨'의 각본을 맡았던 아론 소킨의 탄탄한 시나리오로 외국 시청자에게도 미국의 정치문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다.
주인공 조시아 바틀렛 대통령(마틴 쉰 분)은 소탈하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행동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곤 한다. 사무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신참 직원에게 "백악관에 나이트클럽이 생겼군. 나 본 적 없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넬 정도이다. 2월 청와대 비서동에 불쑥 나타난 노 대통령이 여직원과 악수를 나눈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또 바틀렛 대통령과 40년간 함께 한 친구이자 수석보좌관인 레오 맥개리(존 스펜서 분)와 노 대통령의 20년 지기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문재인 민정수석, 여성 대변인 CJ 크랙(앨리슨 자니 분)과 송경희 전 대변인의 이미지도 묘하게 겹쳐진다.
'웨스트윙'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백악관 대변인의 능수능란한 화법이 볼거리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보좌관의 여자문제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더 큰 특종을 제공함으로써 사안을 피해가는 적극적 공세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틀렛 대통령은 TV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공화당 인사 엔슬리를 백악관 법률 고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엔슬리는 훗날 바틀렛 정부의 정책 결정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다. 반대편일지라도 능력이 출중하면 과감하게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줄 아는 것이다.
가족복지법안의 통과에 반대해 8시간이 넘게 방해연설을 하는 반대편 노(老) 의원에게 편안하게 앉아서 연설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치적 포용도 '웨스트윙' 보좌진의 성공비결로 손꼽힌다. '웨스트윙'의 보좌진은 바틀렛 대통령이 건네는 농담 한 마디의 파급력까지 철저히 계산해 대통령의 연설문에 어떤 농담을 넣어야 될 것인지를 두고도 장시간 토론을 벌인다.
캐치온 관계자는 "'웨스트윙' 등장인물이 청와대 보좌진들과 닮았을 뿐만 아니라 각종 정치위기를 모면하는 대처방안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비록 픽션이지만 업무에 참조해달라는 뜻에서 홍보문건을 보냈다"고 말했다.
시즌 3편은 재선에 도전하는 바틀렛 대통령과 그의 선거운동을 돕는 보좌관들의 활약상을 그린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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