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 옛 속담이 진가를 발휘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생산기술이 평준화되고 소득수준 향상으로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감성소비가 확산되면서 디자인이 전자, 자동차, 섬유, 패션 등 전 산업분야에서 핵심 경쟁력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소니, 필립스, IBM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이미 '디자인 경영'에 합류하고 있다. 필립스는 제품 성공 여부의 80%를 디자인이 차지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는가 하면, 소니는 '아름답지 않은 제품에 소니 로고를 붙일 수 없다'라는 원칙 아래 디자인 중시 경영을 펼치고 있다. 또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도 '엔지니어는 잊어라, 자동차 산업에서 디자이너가 각광 받는 시대가 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세계 자동차업체 사이의 기술차이가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디자인에서 판매 경쟁력의 원천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LG경제연구원은 저가 중국제품에 쫓기는 한국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디자인 경영'밖에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디자인은 가격이나 품질과 달리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역량이 아니며, 따라서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 제품을 따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쟁요소"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디자인에 대한 투자효율이 일반적인 연구개발(R& D)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영국 디자인협회 조사 결과, 디자인에 R& D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3배나 빠른 기간에 투자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산자부 등 관련 부처도 선진 기업에 비해 뒤떨어진 국내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 제고에 본격 착수했다. 산자부는 '디자인 브랜드 코리아(Design·Brand Korea)'라는 비전 아래 2007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 7대 디자인 선진국에 진입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7조원(국내총생산의 1.2%)인 국내 디자인시장 규모를 2007년까지 20조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디자이너 지위 향상 및 코리아 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인프라 확충, 남북 디자인 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스타 디자이너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우수 디자인 인력의 유학 및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한편, 상품에 디자인개발자(업체)를 표기하는 '디자인 실명제'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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